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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이우환 그림 ‘위작 판정’… 수백 점 유통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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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이우환 그림 ‘위작 판정’… 수백 점 유통 주장도

입력
2016.06.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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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우환 작품을 베꼈다고 감정한 그림.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 이우환 작가의 1978년 작 ‘점으로부터 No. 780217’로 출품돼 4억 9,0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우환 작품을 베꼈다고 감정한 그림.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 이우환 작가의 1978년 작 ‘점으로부터 No. 780217’로 출품돼 4억 9,0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짜 그림 논란이 일었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과학 감정한 결과 위작 판정이 나왔다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일 밝혔다. 이우환 작품 위작 의혹은 그간 국내 미술계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국과수가 감정을 통해 “진품이 아니다”고 판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우환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데다 다작(多作)이고, 작가가 창작 활동을 했던 일본 프랑스 등에도 잘 알려져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5월 이우환 화백의 진품 그림들과 경찰이 감정 의뢰한 그림들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한 결과 “진품과 다르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이 감정을 맡긴 작품은 위작 유통 및 판매책이 보관한 8점, 일반인이 구매한 4점과 미술품 경매에 나왔던 1점 등 총 13점. 이 화백의 대표작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를 베낀 그림들로, 지난해 12월 K옥션에서 열린 경매에서 4억 9,000만원에 낙찰됐다가 감정서 위조로 확인된 가짜 ‘점으로부터 No. 780217’도 포함돼 있다.

앞서 경찰은 이우환 위작이 서울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유통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사에 나서, 일본으로 도주했던 위조책 현모(66)씨를 붙잡아 사서명위조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 결과 현씨와 같은 혐의로 입건된 화가 A(40)씨는 2012년 이 화백의 작품 50여 점을 위조해 유통시켰다. 이번 위작 13점 중에도 이들의 그림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작들은 평균 거래가가 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그간 이우환 작품의 위작 유통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여러 차례 불거져 나왔다. 그 규모가 수백 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국과수의 이번 감정으로 국내 미술품 시장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씨는 “조영남 대작 논란으로 모든 작가들이 마치 타인이 그린 그림을 파는 것인 양 인식되는 중에 나온 일이어서 여파가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 작가의 위작이 국과수 감정을 통해 확인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논란이 된 유명 작가들이 적지 않은데 의혹만 키우기보다 이런 과학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0년 전 당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낙찰됐던 박수근의 ‘빨래터’도 위작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고, 이중섭 천경자 화백의 작품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돈 되는 작가들은 거의 다 위작이 있다고 보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하지만 이번 위작 확인으로 이우환 작가의 명성에 흠집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우환은 이미 국제적인 작가여서 위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거래가에 별 차이가 없었다”며 “‘짝퉁’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그의 ‘바람과 함께’가 10억 9,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우환 화백.
이우환 화백.

전시 준비를 위해 프랑스에 있는 이우환 화백의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이날 국과수 감정 결과를 전해 듣고 “이우환 작가는 직접 그림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말을 거듭 해왔는데 이렇게 국과수를 포함한 제3자 감정을 먼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작가가 직접 그림을 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수사가 1년 이상 길어져 억측이 난무하니까 뜻하지 않은 피해들이 생긴다”며 “조속히 수사가 종결돼서 의혹이 빨리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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