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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불 켠 순간 '쾅'… 외주 노동자들 또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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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불 켠 순간 '쾅'… 외주 노동자들 또 희생

입력
2016.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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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하청ㆍ일용직 근로자 4명 사망ㆍ10명 부상 아수라장으로

지하 밀폐 공간서 가스 폭발 추정…누출 검사 생략 등 안전 소홀 수사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4명의 사상자를 낸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장 폭발사고는 전형적인 안전사고였다. 용접설비 관리 소홀로 추정되는 사고 원인도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하도급 업체 및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터 방불케 했던 사고현장

사고는 이날 오전 7시 27분 남양주 금곡리 주곡2교 하부 구간 철근조립공사 중 발생했다. 다리 아래 지하철 통과 구간의 교각을 보강하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위해 오전 7시쯤 작업이 시작됐고 30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근로자 17명이 있었는데, 숨진 윤모(62)씨 등이 주곡2교 아래 가로 2m, 세로 10m, 깊이 15m 공간으로 가스통과 연결된 호스를 끌고 내려갔다.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철근을 절단(용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호스 앞에 불을 붙이는 순간 가스가 폭발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스가 용접기 등에서 흘러나왔거나 밤새 지하에 갇혀 있던 가스가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식간에 벌어진 폭발에 근로자 대부분이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었다. 폭발 충격은 사망자 1명이 밖으로 튕겨나올 정도로 강했다.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부상자 하모(59)씨는 “갑자기 쾅 소리가 나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옆에 동료들이 철판 등에 깔려 숨져 있었다”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생존자 김모(44)씨 역시 “강한 폭풍 같은 게 느껴진 뒤 주변 사람들이 다 쓰러졌다”며 “자욱한 먼지 속에서 당황한 마음에 황급히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16분 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폭발 충격으로 튕겨 나온 사망자 1명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어 지하에 고립된 5명의 작업자들을 구조했지만, 이 중 의식을 잃은 3명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1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장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또 다시 반복되는 인재 가능성

경찰은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과 함께 공사 책임자의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비좁은 지하 밀폐 공간에서 가스가 샌 것을 모르고 작업을 시작했다 대규모 폭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위험한 밀폐 공간 가스 작업과 관련해 점검 절차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토목전문가는 “지하철 토목공사에서 가장 주의를 요하는 게 가스 누출 여부라 수시로 가스점검기 등을 이용해 점검하는 게 정상”이라며 “이런 대규모 폭발이 이뤄지기 전 제대로 점검이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사고에 대해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진접선 4공구 건설을 맡은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인 매일ENC 소속과 일용직 근로자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김윤복 전국건설산업노조 조직실장은 “사고가 난 공사 구간은 포스코건설 등 6개 업체가 매일ENC 같은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는 일용직으로 철근직과 목재직이 팀을 이뤄 돌아가는데 이런 부분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돈 몇 푼 더 벌려고…쉬는 날인데 나왔다가…

이날 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근로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재중동포 심모(51)씨는 3년 전 국내에 돈을 벌기 위해 들어왔다가 불과 사흘 전 사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의 동료인 김모(47)씨는 이날 “원래 배관일을 하던 심씨가 철근일을 하면 안전수당 5만원을 더 준다는 말에 다른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사흘 전에 투입됐다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망자 윤모씨의 부인 김모(61)씨는 “남편이 30년 동안 이 일 만해서 애들 둘을 다 키워냈다”며 “오늘 원래 쉬는 날인데 현장 일이 바쁘다고 출근했다 이렇게 화를 입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일부 부상자 가족 중에서는 평소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용접일을 담당한 한 부상자 아들은 “아버지가 평소 ‘공사 현장에 환풍기랑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 사고도 현장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양주=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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