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출연 위해 풀어줘야”
“대기업 악용 방지해야” 팽팽
정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감면해주는 세법상 기준(최대 지분율 5%)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기업 오너들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이용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개인이나 단체가 설립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까지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을 이용한 탈세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공익법인 표준회계기준을 만들어 내년도 세법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해 내국법인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지분의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하는 조항 등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의 경우 내국법인이 출연한 의결권 주식 5%까지만 비과세하고 그 이상에는 세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집단 오너들이 계열사를 우회 지배할 목적으로 문화재단 같은 공익법인을 세워 주식을 증여하거나, 재단을 이용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94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규정으로 대기업과 관련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설립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도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는 교차로 주식 90%를 출연해 구원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가산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 받고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아직은 ‘5%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상속이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수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은 지난 2월 그룹의 순환고리를 정리하는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주식 200만주(지분 1%·3,000억원 상당)를 사들이면서 세금을 물지 않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선의의 목적이라면 기준을 올리는 것도 무방하지만 (출연이) 선의의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증명한 후에 비과세해주는 방법으로 악용을 막을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에 대해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와 관련해 장단점 등 양면이 있고, 나라마다 제도가 달라 큰 틀에서 논의를 해보겠다는 것으로 내년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담을지는 논의사항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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