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1일 나란히 충북을 찾았다. 충북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주 방한과 함께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충청 대망론’이 떠오른 가운데 이날 두 사람의 충북 방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바람 차단’이라는 해석과 함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반 총장 관련해서 적극 발언한 반면, 문 전 대표는 일절 대응하지 않아 대비를 이뤘다.
김 대표는 이날 충북 괴산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에서 특강을 열고 “충북에서 이기는 정당이 꼭 집권한다"며 “반기문 총장이 충청ㆍTK(대구ㆍ경북) 연합을 해서 대권을 잡을 수 있는 양 이런 모습을 보이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우리가 집권당이 되려면 표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다행히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전국정당으로 발전했다. 총선을 보면서 새누리당은 정권 수성이 어렵고 우리는 집권의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사상 1개의 정당이 수도권에서 이렇게 많이 이긴 적이 없고, 여당은 이런 참패를 당한 적이 없다.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내년 12월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선거에서 1당이 된 이유는 우리가 잘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경제는 어려워졌고,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과거 정권에는 3년만 지나면 국민이 돌아섰다. 대통령이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많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어느 대통령도 칭송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국민은 항상 무거운 채찍질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는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포용적 성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약속을 지킨다면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및 포용적 성장 관련 법안을 만들어 약속을 이행하고, ‘저 사람들이 일을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천주교 청주 교구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장봉훈 주교와 30분 가량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나서 “(이번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안 뒀으면 좋겠다”며 “요즘 지역을 많이 다니며 지역 어른과 시민을 만나고 있는데, 오늘은 제가 가톨릭 신자이기에 주교님을 찾아 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내 일정대로만 다니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추가로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문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서둘러 차에 올랐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청주 방문에 앞서 여러 해석이 나오자 “오래 전에 잡힌 비공개 일정”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 민심을 듣고 있지 않나. 그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청주교구 방문을 마친 문 전 대표는 공식 일정 없이 청주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몇몇 지인들과 만나는 등 비공식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의 당원 워크숍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도 충청권을 포함한 지역 행보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충북 일정을 계획했지만 ‘구의역 사고’ 수습을 위해 일단 무기한 연기했다. 문 전 대표는 2일에는 인천을 방문, 선종한 천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의 장례미사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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