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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지' 종편에 변화 바람?

입력
2016.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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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진행을 맡은 김유정(왼쪽), 정두언 전 의원. TV조선 제공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진행을 맡은 김유정(왼쪽), 정두언 전 의원. TV조선 제공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변신일까 단순한 ‘정치 쇼’에 불과할까?

보수적 시청자층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편성해 온 종편이 최근 야당 정치인 등 진보진영 인사들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발히 섭외하는 등 기존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주목된다. 종편이 국회 여소야대 상황 등을 반영해 전향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일부 분석이 있는 반면 변신을 가장한 생색내기 행보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종편 4사 중 보수적인 정치색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왔던 TV조선이다.

TV조선은 지난달 20일 간판 시사프로그램으로 내세웠던 ‘시사탱크’를 폐지했다. 2012년 6월부터 4년 간 진행을 맡아온 장성민씨가 지난 3월 하차한 이후 TV조선은 후임 진행자를 내세웠지만 지난달 아예 프로그램을 없애 버렸다. ‘시사탱크’는 진행자가 야당과 특정 정치인을 조롱 희화화하는 등 ‘막말 진행’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에서 ‘주의’ 제재만 세 차례나 받은 단골 심의 대상이었다.

TV조선은 ‘시사탱크’ 후속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정두언ㆍ김유정의 이것이 정치다’란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두 전 의원은 각각 ‘비박’과 ‘야당’(민주통합당) 출신이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두 정치인을 기용해 정권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만 하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의원도 총선 이후 ‘이것이 정치다’ ‘신통방통’ ‘뉴스를 쏘다’ 등 TV조선에서만 총 3개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시작했다. 진 전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종편에 나가는 이상 보수편향 프레임에 갇혀 놀아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거센 줄 알지만 우리의 입장을 단 한 줄이라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섭외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오는 4일부터 ‘B급 뉴스쇼 짠’진행을 맡은 최일구 전 MBC 앵커. TV조선 제공
오는 4일부터 ‘B급 뉴스쇼 짠’진행을 맡은 최일구 전 MBC 앵커. TV조선 제공

최근엔 최일구 전 MBC 앵커도 TV조선행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최 전 앵커는 4일부터 TV조선의 시사예능 프로그램 ‘B급 뉴스쇼 짠’을 진행한다. 2012년 MBC 파업에 동참했다가 이듬해 MBC를 떠난 그는 뉴스데스크 시절 정권 풍자가 담긴 앵커 멘트로 인기를 모았고 종편 출범을 비판했던 터라 이번 행보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TV조선은 최근 변화에 대해 프로그램 자체로 봐 달라는 입장이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이 프로그램 성격을 고려해 적임자를 섭외하는 것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것이 정치다'의 정한 책임프로듀서(CP)도 “정두언, 김유정 두 전 의원 모두 경험이 많은 만큼 소신 있는 진행을 선보일 것”이라며 "편중되거나 편향되지 않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 결과로 인한 한시적 거리 두기 일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보수적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종편이 20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몸 사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보수층도 여당에 등을 돌린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며 종편이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결국 해당 방송사를 있게 한 보수진영 지지층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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