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8중 1약’으로 굳어진 줄 알았던 KBO리그 순위표에 미세한 변화가 시작됐다.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의 뒤로 9개 팀이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 6월과 함께 본격적인 순위 경쟁도 시작됐다.
분위기 탄 한화, 힘 빠진 kt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한화는 올 시즌 독보적인 ‘꼴찌’로 분류됐다. 두산을 제외한 8개 팀이 촘촘한 중위권 경쟁을 하는 동안에도 한화는 연패를 거듭하며 사상 첫 시즌 100패까지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반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5연승을 달리면서 상승세를 탔다. 한화의 5연승은 2008년 6월6~12일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4번 타자 김태균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38, 2홈런 15타점을 올리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5월 초 1군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연패를 끊는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31일 현재 9위 kt에는 3경기 차로 따라 붙었다.
반면 kt는 위기에 몰렸다. 개막 직후 막강한 타선을 앞세워 신바람을 냈지만 타격 사이클이 떨어질 때는 맥을 추지 못한다. 외국인 투수 피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마운드가 더 약해진 것도 고민이다. 4월까지 12승13패 승률 0.480으로 5위 자리를 지켰던 kt는 5월 한 달 간 7승2무15패 승률 0.318에 그쳤다. kt가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오히려 한화에 쫓기며 불안한 순위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숨 죽였던 삼성, 부상자 속속 복귀
‘8중’에서도 예측불허다. 눈에 띄는 건 ‘여름에 더 강한’ 삼성이 반등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개막 직후부터 부상자가 연거푸 나오면서 힘이 빠졌다. 하지만 선발 차우찬이 합류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발디리스와 김상수도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한때 9위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6위로 올라서면서 5위 LG와는 0.5경기 차로 좁혔다. 상대팀들로부터는 여전히 경계 대상 1순위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삼성은 선발진이 나쁘지 않고, 타선도 약하지 않다. 여기서 더 떨어질 팀이 아니다”며 경계를 드러냈다. 삼성 선수들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차우찬은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부상 선수들만 돌아오면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순위가 떨어졌다고 의기소침할 건 없다. 선수들이 돌아오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이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중위권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4위 SK는 정의윤의 맹타에 힘입어 4월 한 달간 16승9패로 2위를 달렸지만 5월 들어선 9승15패에 머물렀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최하위 kt에 이어 9위다. 6위 삼성과의 경기 차도 단 1경기다.
염경엽 감독은 “3연승을 하면 어느 팀이든 반등을 할 수 있다.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연패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중위권 싸움에 대해 “올스타전 휴식기 전까지 계속 이렇게 가지 않겠나”라며 “1위 두산과 2위 NC의 격차(지난달 31일 현재 7.5경기)가 더 벌어지면 나머지 팀들의 싸움이 더 심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주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