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털털한 연주자라니. 파가니니 콩쿠르(2010년 1위 없는 2위), 하노버 콩쿠르(2012년 1위)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쓴 ‘콩쿠르의 여왕’ 김다미(29)씨의 첫 인상은 예민하기로 악명 높은 바이올린 연주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이를 테면 이런 말들. “엄마가 대전에서 ‘다미 피아노학원’을 하셨어요. 딸 낳으면 무조건 ‘다미’로 이름 짓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제 이름이 다미가 됐죠. 피아노에는 영 재주가 없어서 ‘다미 피아노’ 말고 다른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막 비상하던 2014년, 4위를 차지한 인디애나콩쿠르의 연주 동영상을 보다 “제 연주가 신경질적으로 변한 걸 보고” 콩쿠르 출전을 딱 끊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세계 최고 클래식축제 루체른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리사이틀 데뷔를 마쳤다.
김다미씨가 9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김씨는 “콩쿠르 심사위원 취향에 맞추지 않은, 저만의 음악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에 열심히 콩쿠르 나간 건 후회하지 않아요. 매니지먼트나 미디어 커넥션이 막강하지 않은 이상 아무리 연주 잘해도 신인이 이름 알리기는 쉽지 않거든요. 일단 연주를 보여야 무대 기회도 많아지는데, 그럼 콩쿠르밖에 답이 없어요.” 대학 시절, 학교 앞 악기 가게에서 국제 콩쿠르 출전 기간 명기(名器) 빌려 쓰는 재미도 쏠쏠했다.
유학과 바이올린 공수 방법에 대해 설명하다 다시 음악애호가 엄마 얘기로 돌아간다. 당시 “사라 장 열풍”으로 김다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친 부모님의 애초 의도는 국내 명문대 진학. 한데 기대를 뛰어넘은 특출한 재능이 돌발변수로 작용했다. 각종 국내 콩쿠르를 섭렵한 그녀에게 지도교수인 양해엽 전 서울대 교수는 유학을 권했고, 그는 중 1때 미국 커티스음악원에 진학했다. 유학 후 첫 1년간 애지중지 썼던 “3,000만원짜리” 학생용 바이올린을 처분하고, 학교와 기숙사 룸메이트, 악기 가게, 각종 문화재단에서 명기를 빌려 쓰는 연주자 생활이 시작됐다.
2011년 일본 옐로 엔젤 재단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 받아 각종 대회에 나갔던 그는 올해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1740년 산 도미니쿠스 몬타냐나를 지원받아 사용한다. “후원자 찾는다고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좋은 악기 후원 받았다는 감사함이 더 커요. 독주회 끝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돌려주고 몬타냐나를 써요. 밝고 가벼운 소리의 악기인데, 제 손을 거쳐간 모든 바이올린이 다 어두운 소리를 냈거든요. 제가 연주하면서 어떻게 바뀔지 기대돼요.”
이번 공연에서는 바로크와 낭만파음악의 대표곡을 선보인다. 1부 ‘바로크’는 비발디 소나타, 비탈리 샤콘느, 타르티니 소나타 ‘악마의 트릴’ 등 서정적 선율의 바로크 음악을, 2부 ‘판타지’는 슈만 환상소곡집, 드뷔시 소나타 작품 73과 140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반주를 맡는다.
“50, 60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모든 음정이 완벽하진 않아도 삶이 묻어난, 더 심오한 음악을 선보이죠. 연습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테크닉 녹슬기 전에 난이도 높은 곡도 선보이고요.” (02)338-3816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