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라는 말을 처음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단어와 그 뜻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21세기의 도심 한복판에서 들개라는 말이 실제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는 뜻이다. 주택가에 들개들이 떼를 지어 나타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귀를 의심했다. 골목에서 떼 지어 다니는 들개를 내 눈으로 여러 번 보게 될 줄은 더욱 몰랐고, 들개가 우리 집 대문 안까지 머리를 들이미는 섬뜩한 일이 생길 줄은 더더욱 몰랐다. 이따금 출몰하는 들개는 모두 사람들이 유기한 가여운 생명들이다. 녀석들은 가까운 산에서 살다가 어두워지면 추억이 있는 주택가로 몰려 내려오곤 한다. 어느 날 밤엔 들개라고 불리는 네 마리의 진돗개가 정부종합청사 앞까지 출몰해 뛰어다니기도 했다. 오늘 아침엔 구립 어린이집 앞에서 들개에게 물려 죽은 고양이를 보았다. 가끔 보는 예쁜 삼색 고양이인데, 임신한 상태였다. 교회 옆 숲에서 살며 오가는 교인들에게 많이 당해 사람을 무척 겁내는 녀석인데, 몸이 무거워 재빠른 들개를 피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너무도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는 죽은 고양이를 보자마자 들개의 소행임을 한눈에 알았다. 몸 곳곳에 축축한 혀로 핥은 자국이 있고, 한 쪽 눈은 외부의 압력으로 모양이 변한 상태였다. 한 무신론자가 슬퍼하며 그 고양이를 깨끗한 천으로 싸서 안고 갔다. 부디 그에게 축복 있기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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