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밀양이냐, PK 가덕도냐
조만간 부지 선정 앞두고
더민주 부산 의원 5명 긴급회동
“청와대가 밀양 밀어붙여” 대책 논의
새누리는 한쪽 편들기 어려워
야권 “밀양 유치 땐 PK 민란”
정계 개편에 큰 변수 될 수도
20대 국회가 문을 연 첫날인 30일 더불어민주당 부산 출신 의원 5명이 긴급 회동했다. 부산 최대 현안인 ‘동남권 신(新) 공항 가덕도 유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달 국토교통부의 부지 선정을 앞둔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경남(PK)이 추진하는 가덕도와 대구경북(TK)이 미는 경남 밀양이 경합 중이다. 회의에 참석한 김영춘 의원(부산진갑)은 31일 본보 통화에서 “밀양으로 결정되면 PK민심은 민란 수준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PK민심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또 한번 흔들리고 있다. 그간 여당세가 압도하던 PK민심은 4ㆍ13 총선을 통해 지각 변동을 예고한 상태다. 야권은 부산(5석) 경남(4석) 등 역대 최대인 9석(더민주 8석, 정의당 1석)을 차지했다. TK와의 결별을 예고한 PK민심이 동남권 신공항 부지가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더욱 여당에서 멀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1990년 TK기반의 민주정의당, PK의 통일민주당, 충청의 신민주공화당 등 3당이 합당, 민주자유당을 만들어낸 이후 26년째 동거 중인 TK와 PK가 결별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PK 지역에서 그 동안 주요 선거 때마다 야당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을 그런 징후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 차례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당 지지세는 24%대에서 49%대로 치솟으며 여당과 근소한 차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PK가 ‘미워도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데서 벗어나 더민주 등 야권을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을 이미 열어 둔 것이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공항 부지 선정에서 TK의 손을 들어준다면 PK민심은 박근혜 정부가 TK만 챙기고 PK에 뭘 해줬느냐며 싸늘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ㆍ해운ㆍ중공업 등 PK지역 주요 산업이 박근혜 정부에서 최악에 빠져든 것도 현지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PK민심을 가장 우려하는 쪽은 여권이다. TK와 PK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누리당은 밀양, 가덕도 중 선뜻 어느 한 곳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차라리 더민주 의원들이라도 목소리를 크게 내줬으면 좋겠다”며 난감해 했다. 김영춘 더민주 의원은 “청와대가 밀양으로 밀어붙이려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서병수 부산시장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민주는 어느 한 곳을 지지하지 못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PK민심을 붙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총선 때 부산을 찾아 “참여정부에서 동남권신공항을 추진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논리로 백지화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재추진을 공약해놓고 지지부진하다”며 “더민주 의원 5명만 만들어주면 신공항 가덕도 착공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PK민심이 흔들리면서 PK가 향후 정계 개편의 한복판에 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 정치결사체를 만들면 부산을 지지 기반으로 삼으려 할 것이고, 이 경우 PK에서 새누리당과 기존 야권, 새 결사체가 각축을 벌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 교수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PK지역이 여권의 약한 고리가 되면서 1990년 3당 합당 이전의 그림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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