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우후루와 정상회담
선친 대통령 간 1964년에 수교
부녀-부자 대통령 대이은 인연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지열발전소(5,123억원)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80만㎡(24만평) 규모의 한국형 산업단지 조성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케냐의 달러 박스인 관광 산업이 테러로 타격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해안 경비정(2,000만달러) 수출을 포함한 방위산업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형 산업단지는 케냐가 동아프리카의 물류ㆍ교통 중심지이고, 주력 상품인 섬유ㆍ가죽ㆍ가공식품 등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을 안고 있다. 2014년 지열발전소를 준공한 데 이어 올해 3기 추가 입찰을 노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 정부는 또 한국 판 과학기술원(KAIST)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므크노 모자 하우친지 농베’라는 케냐의 스와힐리어 속담이 있는데, ‘한 손으로 소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양국이 손잡고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은 케냐의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케냐의 발전 과정에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후루 대통령은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고 단지 덮칠 뿐”이라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의 말을 소개하고, “한국은 큰 시련 속에 출발했지만 조용히 세계를 덮쳐 경제 강국을 이루었다”며 한강의 기적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케냐는 한국을 보면서 성실하게 일하고 장기적 성과를 위해 단기적 희생을 감수하며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전 대통령 영묘(靈廟)에서 묵념하고 헌화하는 것으로 케냐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케냐의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모 전 대통령의 아들이 우후루 대통령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조모 전 대통령은 집권 때인 1964년 양국 수교를 맺는 등 깊은 인연을 맺었다. 선친끼리는 생전에 만나지 못했지만, 정상회담장에서 부녀(父女) 대통령과 부자(父子) 대통령이 대를 이은 외교를 벌인 것이다.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후루 대통령도 대선 도전에서 한 차례 실패한 끝에 2013년 당선됐고, 선친의 향수를 통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이로비(케냐)=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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