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확장은 ‘신냉전’이 도래했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합의를 깨고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을 무력 병합하면서 유럽의 긴장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황은 최근 더욱 심각해졌다. 5월 초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수개월내 러시아 서부군관구에 3개 사단을 새로 창설할 계획을 밝혔다. 신설될 부대의 병력규모는 1개 사단이 약 1만명으로 모두 3만명 규모가 될 것이며 유사시 바로 전투에 투입할 신속대응군 성격을 띄게 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이 관측했다.
나토는 회원국인 폴란드와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나토 가입을 추진중인 우크라이나 등이 인접한 지역으로 러시아가 남하한다며 발끈했다.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러시아의 위협에 유럽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5월 최신호에서 소련붕괴로 군사예산을 축소해온 나토가 뒤늦게 군사력증강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동유럽 진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오히려 나토가 러시아 국경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해 자국안보를 위협한다고 비난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NATO와 미국은 지난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유력대륙에서 실시했다. 급기야 지난달 13일 러시아 전투기들이 발트해 공해상에서 훈련중인 미 해군 도널드 쿡 구축함에 30피트(약 9m)까지 근접 비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해군은 사실상의 ‘모의 공격(simulated attack)’이라며 러시아를 강력 비난했다.
미국의 민간군사연구소인 랜드코퍼레이션은 지난 12일 미국 국방부가 지원한 러시아군의 동유럽 침공 시뮬레이션 결과 나토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쟁발발 36시간에서 60시간내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까지 밀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나토는 이달초 에스토니아에서 6,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러시아와 나토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급증한 배경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도 관련이 있다. 냉전종식 후 처음으로 지난해 시리아에 공군을 파견하며 중동정세에 개입하자 허를 찔린 미국이 유럽동맹국들과 연합해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인 동유럽ㆍ발트해 국경을 자극하는 형국이다. 소련이 해체 돤 91년 이후 유럽에서 양측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상황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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