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40대 일반직 사원과 과장, 수석연구원 등 18명이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며 사표를 냈다. 이동섭(41) 책임연구원은 “‘호랑이 새끼도 집 나가면 잡아 먹힌다’고 걱정하지만 반드시 성공해 또 다른 꿈을 품고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창업 지원 대상으로 5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5개 과제 관련 임직원 18명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앞으로 5개 과제를 사업화할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삼성전자로부터 네트워크, 경영 노하우 등은 컨설팅 형식으로 지원받는다. 특히 창업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본인이 원하면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도 있다. 지난해는 38명이 회사를 떠나 9개 스타트업을 차렸다. 아직 돌아온 사람은 없다.
삼성전자의 창업 분위기는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4년 전 운영에 들어간 C랩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C랩 과제로 선정되면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팀 구성부터 예산 활용, 일정 관리까지 자율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삼성전자 제품과 관련이 있는 아이디어는 회사 차원에서 상품화를 추진하고, 관련은 없지만 우수한 아이디어는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4년간 C랩을 통해 130여개 과제가 진행돼 40여개는 상품화 개발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올해 지원을 받게 된 과제 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웰트’의 ‘스마트 벨트’다. 일반 벨트처럼 착용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과식 여부, 활동량, 호흡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준다. ‘망고슬래브’의 ‘아이디어 프린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쓴 메모를 붙였다 뗄 수 있는 쪽지 형태로 출력해주는 소형 프린터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진을 잠금화면에서 정리해 볼 수 있게 한 ‘라이클리’의 ‘락사’, 전력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최적화한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이지이노랩’의 ‘세이브 에너지 코스트’ 등이 창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