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곳 피해 금액 7779억 산정
업체 신고 금액의 82% 그쳐
그나마 협력업체 피해는 빠져
헌재 “공단 중단 위헌 가릴 것”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가 내 놓은 지원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안은 피해액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데다 실질적 보상도 되지 못한다는 게 입주기업 입장이다. 상황이 더 열악한 입주기업 협력업체들은 법적 대응까지 강구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상처는 아물기는커녕 점점 깊어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총회를 열고 지난 2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반’이 발표한 지원 방안에 대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개성공단이 중단돼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입주기업 대표들은 정부가 피해신고 금액 전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는 3월17일부터 5월10일까지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261개 업체의 피해 금액을 총 7,779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토지와 공장, 기계 등 투자(고정)자산 피해에 대해 경협 보험금 2,906억원을 포함해 총 3,86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협보험 가입 기업은 기업당 70억원, 미가입 기업은 35억원이 한도다.
그러나 정부가 산정한 피해 금액은 261개 업체가 신고한 금액(9,446억원)의 82%에 불과하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피해액을 모두 보상해줘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며 “마치 흥정하듯 금액을 자르고 상한선을 정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일단 정부안을 수용한 뒤 추가 지원을 받자”는 주장도 폈지만 총회 최종 거수 표결에서 참가자의 대부분은 지원안 수용을 반대했다.
더구나 이날 총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입주기업들과 거래했던 약 5,000개(추정치)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입주기업보다 영세해 더 심한 경영난에 처해 있는데도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 실태조사 당시 협력업체들은 각자 거래하던 입주기업들을 통해 피해액을 제출했다. 그러나 정작 지원안에는 협력업체 직접 지원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박봉수 개성공단협력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입주기업들만 지원해줄 테니 협력업체들은 알아서 입주기업과 나누라는 얘기”라며 “정부가 영세한 협력업체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총회 이후 일부 협력업체들은 별도로 모여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계획대로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일부 입주기업들이 지원 받은 금액을 협력업체에 배분하지 않을 경우 이중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에는 소송 등 법적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개성공단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지난 9일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로부터 각하하지 않고 재판에 회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는 입주기업과 협력기업 등 총 163개 기업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조만간 방북 신청서도 내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장마철 전 설비 점검과 미수금 정산을 위해 방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비대위가 정부 지원방안을 폄훼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업들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방안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피해 지원 신청을 받아 지원금을 지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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