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육상이 독일 제1 공영방송 ARD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러시아 육상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테스트 결과 은폐를 폭로한 ARD가 오는 9일(한국시간) 러시아 체육의 도핑 문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후속작을 방영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31일 “ARD가 제작한 네 번째 도핑 다큐멘터리가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 내용에 따라 러시아발 도핑 스캔들이 확산할 전망이어서 러시아 체육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ARD가 도핑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때마다 러시아 체육계는 휘청거렸다.
2014년 11월에 방영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에서 근무한 비탈리 스테파노프와 그의 아내이자 러시아 육상 국가대표 출신 율리야가 러시아 육상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했다. 코치와 선수는 물론 반도핑기구 직원과 체육계 인사까지 얽힌 사상 초유의 도핑 스캔들이었다. 이후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육상을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작년 11월 러시아 육상 선수 전원에게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ARD는 도핑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갔다. 작년 8월 “WADA와 IAAF가 2001년부터 2012년 사이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수집한 소변ㆍ혈액 샘플 5,000개를 재조사했고 다수의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제기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메달리스트는 총 146명이고 이 중 55명이 금메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 7일에는 “러시아 육상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코치가 여전히 지도자로 일하는 등 러시아의 반도핑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WADA는 4월 RUSADA에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IAAF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육상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RD의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 체육계의 치부가 또 드러나면 러시아 육상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한편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중 5명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란 파뉴스닷컴은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베이징, 런던올림픽 소변 샘플을 재검사했다. 이 중 역도 선수의 샘플 20개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타마스 아얀 국제역도연맹(IWF) 회장은 그랜드 픽스 이벤트 대회가 열리는 이란을 찾아 “양성 반응을 보인 금메달리스트는 베이징 대회 1명, 런던 대회 4명”이라고 확인했다. 이들은 한꺼번에 메달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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