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정문 앞에 세워진 조형물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조형물은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징하는 ‘O’과 ‘ㅂ’을 그린 손모양을 연상케 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쟁이 벌어진 조형물은 이 대학 조소과 4학년 홍기하(22ㆍ여)씨의 작품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로 밝혀졌다. 조소과 4학년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환경조각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공식 전시는 31일부터 시작됐다. 높이만 3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로 홍대 거리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학교 정문 초입에 설치됐다.
조형물을 접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빗발쳤다. 작품에는 음료수가 뿌려졌고 “작가 의도가 어떠하든 설명 하나 없이 학교를 대표하는 정문에 작품을 설치한 것은 잘못” “작업에 공감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습니다”라는 쪽지도 나붙었다. 홍익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홍익인’에서도 “캠퍼스의 주인은 학생 모두다. 예술이든 외설이든 학생들은 철거를 권고할 권리가 있다”며 비판 목소리가 많았다. 논란이 확대되자 홍대 총학생회 측은 각 단과대 학생회 및 동아리연합회와 회의를 열어 홍씨에게 작품 의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전시 주최 측은 작가의 자유로운 표현 의사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입장이다. 홍씨를 지도한 고봉수 조소과 교수는 “작품 전시 가이드라인은 없다. 4학년 학생이 대학 생활의 결실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후방 지원해주는 것이 교수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씨의 정치성향과 관계 없이 조형물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려 한 것이 작품 의도”라고 설명했다. 홍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베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현상이고 부정할 수 없는 실재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면서 조소과는 1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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