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목포지원 섬소리 법정
법정 없는 신안군 섬 찾아 재판
민원실에선 세무상담도 해줘
31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국내 최초로 섬 법정이 설치돼 재판이 열렸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이 마련한 섬소리 법정은 인천 옹진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군단위 법정이 없는 지자체인 신안군 주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순회법원 차원에서 마련됐다.
비금면사무소 2층에서 열린 이날 법정은 비금면과 흑산면, 도초면 등 3개 섬 주민들의 민사와 가사 등 재판 7건이 준비됐고, 주민 100여명이 가득 메워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11시 20분에 열린 첫 재판은 신안군수협이 흑산도 주민 4명에게 800만원과 1,000만원, 2,500만원 등을 각각 대출해주고 변제 받지 못한 대여금 청구사건으로, 재판부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두 번째 재판은 지역에서 건축업을 하는 주민과 주민들이 다투는 사건이다 보니 방청객의 관심이 고조됐다. 원고와 피고인은 자신들의 변호인을 대동해 혈전을 벌여 다른 어떤 법정보다 더 뜨거웠다.
흑산도 주민 사이에 제기된 관광버스 동업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원고측이 화가 나 재판정을 뛰쳐나가려고 해, 재판장이 엄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했던 강성모(53)씨는“재판 받으러 목포에 가면 숙소 등으로 돈을 많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섬에서 재판이 열리니 너무 좋다”며“더욱이 딱딱한 법원보다는 날마다 다니는 면사무소에서 법정이 열려 너무 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섬김과 소통, 이해를 위한 법정이라는 의미를 담은 섬소리 법정은 매월 또는 격월제로 안좌면(자은, 안좌, 팔금, 암태, 장산), 비금면, 하의면(하의, 신의) 등 3개 면을 순회하며 법정이 설치된다. 주민들이 목포에 있는 목포지원으로 나오지 않고도 민·가사소송, 가족관계등록(개명 등) 및 조정 사건 등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재판 당일 회부된 사건이나 조정신청 사건은 목포지원 전담 조정위원이나 섬마을 원로 주민과 읍(면)장 등으로 구성된 조정위원들이 당일 처리하도록 해 주민들의 분쟁이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결할 예정이다.
이날 섬소리 법정 재판 외에도 면사무실 1층 민원실에는 김국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의 법률상담과 목포세무서의 세무상담도 병행 실시됐다.
섬소리 법정을 마련한 김평호 재판장은 “섬 주민들이 재판을 받으려면 3~6시간 이상 걸려 목포까지 나가야 해 시간·경제적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번 순회법정으로 불편을 덜게 됐다”며“여름철이면 야간 법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기 목포지원장은 “가급적 재판보다는 조정을 통해 섬 주민들의 분쟁을 해결하겠다”며 “국민을 섬기고 차별없는 재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당초 비금도 출신 이세돌 9단과 고길호 신안군수가 참여해 명예법관위촉식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이 기사가 바둑대회참석 관계로 불참해 고 군수만 위촉됐다.
신안=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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