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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에 쭈타누깐까지' 태국발 태풍 세계를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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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에 쭈타누깐까지' 태국발 태풍 세계를 강타

입력
2016.05.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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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포츠계의 영원한 변방으로 치부되던 태국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태국 면세점 대기업 킹파워의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회장이 구단주인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의 기적 같은 우승에 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이 첫 3승을 연속 대회 우승으로 장식한 역대 첫 번째 선수가 되면서다.

▲ 레스터시티 팬들/사진=연합뉴스

◇ 태풍 진앙지는 잉글랜드

변방 태국발 태풍의 진앙지는 의외의 잉글랜드였다. 스리비나프라바 구단주는 2010년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이던 팀을 인수해 현명한 투자를 거듭한 끝에 2015-2016 EPL 우승을 견인했다. 레스터시티는 132년 만에 처음으로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1992년 EPL 출범 이후 6번째 우승 팀으로 거듭났다. 큰 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스리바나프라바 구단주가 불과 6년 만에 일궈낸 대업적에 영국인들이 그 동안 생소했던 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기까지 할 만큼 영국 내 태국 센세이션이 불어 닥쳤다. 이에 구단주가 직접 태국 승려를 영국으로 초대해 우승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벌이기도 했다.

태국인들 역시 레스터시티를 자국 축구대표팀보다 더 사랑하고 열렬히 응원했다. 레스터시티 티셔츠는 출시되기 무섭게 완판이 됐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국민들이 TV 앞에 모여 온 마음으로 승리를 기원했다. 신화는 레스터시티가 태국 방콕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며 정점을 찍었다.

◇ 쭈타누깐, 국민 영웅으로 떠올라

레스터의 기적이 사그라지기도 잠시 이번엔 미국에서 초대형 국민적 영웅이 탄생하게 된다. LPGA에서 뛰고 있는 쭈타누깐은 지난 5월초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태국에 사상 첫 LPGA 투어 정규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후 2개 대회를 더 휩쓸며 2016년의 5월을 싹쓸이한 퀸으로 우뚝 섰다. 쭈타누깐은 괴력을 지닌 장타자에다 대범한 성격을 지녔다. 머리까지 똑똑해 코스별 맞춤전략이 경쟁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낸다. 투어 시즌에는 가족들 모두가 함께 여행을 다녀 생활의 안정이 밑바탕 된다는 점도 쭈타누깐의 롱런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 에리야 쭈타누깐/사진=LPGA 공식 트위터

쭈타누깐의 3연승에 태국 유력 신문들은 관련 소식을 앞 다퉈 1면으로 다뤘다. 태국 일간지 방콕 포스트는 "쭈타누깐의 3라운드 마지막 홀의 역전 이글은 기적 같았다"며 "여세를 몰아 2013년 박인비 이후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태국의 국영 방송 MCOT는 "태국 선수 최초의 LPGA 우승을 신호탄으로 쭈타누깐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면서 "이제 투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고 자축했다. 놀랍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유력 골프 매체 골프 채널은 "충격적이고 경외감마저 든다"며 그의 3연속 우승을 집중 조명했다.

◇ 일본의 '쇼'에 분노하기도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시절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메이저리그 박찬호(43)와 골프 박세리(39)를 보는 것처럼 레스터시티로 하나 된 태국이 골프로 그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태국 스포츠계에 좋은 일만 생긴 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 끝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세계 예선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태국인들이 분노하는 일도 있었다. 태국은 일본과 예선 4차전에서 5세트 12-6으로 리드하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심판이 경기를 지연했다는 등의 이유로 태국에 두 차례나 레드 카드를 꺼내 들며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일본전 패배로 올림픽 본선 진출이 어렵게 된 태국 선수들은 눈물을 쏟으며 코트를 떠났다. 키아티퐁 라드차다그리엥카이 태국 대표팀 감독은 "이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일본의 쇼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태국과 일본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라는 데 태국인들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2012 런던올림픽 세계 예선 최종전에서도 일본은 본선에서 수월한 조를 배정받고자 세르비아전에서 고의로 패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일본이 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태국에게 넘어와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태국은 일본과 세르비아가 경기를 조작했다며 국제배구연맹(FIVB)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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