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이용해 수백억원 상당의 불법 대출에 가담한 신용협동조합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고은석)는 전ㆍ월세 계약서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해 불법대출금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신협 직원 김모(60ㆍ여)씨 등 2명과 대출 브로커, 부동산업자 등 9명을 적발하고 이 중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A신협 등에서 전세계약서를 월세계약서로 위조한 뒤 주택담보가치를 높여 대출을 받거나, 계약서 자체를 허위로 작성해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251회에 걸쳐 323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적 범행은 대출 브로커 전모(37)씨와 김모(40)씨 등 부동산 업자 2명이 불법대출금을 빼돌리면서 시작됐으나, A신협 부장인 김씨와 과장 고모(38)씨가 범행에 적극 가담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신협 직원 2명은 전씨 일당이 가로챈 불법대출 규모가 10억원에 이르렀을 때 범행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이들이 위조한 월세계약서에 허위 담보평가서를 작성해 주고 불법 대출을 묵인했다.
검찰 조사결과 두 사람은 불법대출을 승인해 준 대가로 공범들 명의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불법대출금으로 종신보험료를 납입하거나 가입 실적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대출 건수 당 300만원의 수수료까지 챙겼다. 현재 미환수액은 218억원에 달하는데 해당 신협 예금 총액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의 범행은 불법 대출에 이용된 주택의 세입자들이 전세가에 비해 지나치게 큰 금액이 대출된 사실을 알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들통이 났다. 검찰 관계자는 “신협 부장 김씨는 2013년 횡령 혐의로 해고된 직원을 부동산업자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게 하는 등 대출 브로커들과 긴밀한 유착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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