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이 이세돌 9단에 바둑 대결 도전장을 냈다. 기원이 아닌 독도에서 반상을 펼쳐 벌일 이색 대결이다.
31일 김장훈 소속사인 공연세상에 따르면 김장훈과 이세돌은 6월28일~30일 중 독도에 들어갈 수 있는 날 하루를 택해 현지에서 바둑 대국을 벌인다.
김장훈과 이세돌은 ‘바둑 한류’를 위해 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촉발된 바둑 열기를 이어가고, 세계에 한국 바둑의 선도적인 위치를 알리고자 하는 취지다.
김장훈과 이세돌이 뜻을 모은 대국의 주제는 ‘나눔’이다. 두 사람은 스폰서로부터 받은 행사 후원금을 우승과 준우승상금으로 쓴 뒤, 경기가 끝나면 우승과 준우승상금을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대국은 복식으로 치러진다. 김장훈과 이세돌이 각각 한 명씩의 여류 바둑기사와 팀을 이뤄 대결을 하는 2인 1조 대국이다. 김장훈과 프로 여류바둑기사와 짝을 이루고, 이세돌과 아마추어 여류기사가 팀이 돼 경기를 하는 방식이다. 여류기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이벤트는 김장훈이 직접 이세돌에 제안해 성사됐다. 김장훈이 이세돌을 이벤트 파트너로 떠올린 건 이세돌이 한국 바둑의 해외 보급에 대한 큰 뜻을 품고 있어서다. 김장훈은 “이번 이벤트는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4년 전 이세돌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언젠가 북미 쪽에 바둑보급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며 “이세돌이 대국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바둑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동을 받았고 뿌듯했다”는 옛 얘기를 들려줬다.
4년 전 기억을 떠올려 김장훈이 이세돌에 독도에서의 대국 제안을 하자 이세돌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장훈은 “독도란 장소가 다소 민감할 수 있는데, 이세돌이 ‘한국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섬에서 바둑 한 판 두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라고 답하더라”며 “명쾌한 답에 순간 소름이 돋았고, 이번 독도에서의 행사를 최선을 다해 해내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김장훈은 아마 6단의 실력을 지닌, 연예계의 유명한 바둑 애호가다. 한국기원 홍보대사를 맡아 바둑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에는 바둑 TV에서 생중계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다섯 번째 대국 해설자로 나서기도 한 바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