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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런 샴푸라면.. 깐깐한 마음 움직일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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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런 샴푸라면.. 깐깐한 마음 움직일 줄 알았죠"

입력
2016.05.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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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윤세노 부장, 김혜린 과장

견과류 천연 항산화 성분 담아내

출시 첫 달 20억원 매출 기록

아모레퍼시픽 ‘프레시팝’ 천연원료 샴푸 개발에 주역으로 참여한 윤세노(왼쪽) 생활용품 전담 사업부 부장과 김혜린 마케팅팀 과장이 제품 소개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프레시팝’ 천연원료 샴푸 개발에 주역으로 참여한 윤세노(왼쪽) 생활용품 전담 사업부 부장과 김혜린 마케팅팀 과장이 제품 소개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먹음직스러운 샴푸가 필요했습니다.”

최근 국내 샴푸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아모레퍼시픽 ‘프레시팝’ 개발의 주역인 윤세노(43) 생활용품 전담 사업부 부장과 김혜린(29) 마케팅팀 과장은 30일 제품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먹는 식품도 아닌 샴푸 신제품을 구상하며 ‘식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윤 부장은 “두피 용품 시장의 대세는 천연 원료가 될 것이란 게 회사 실무진의 의견이었다”며 “몸에 좋은 천연 원료를 사용해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샴푸가 나온다면 건강에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프레시팝 신제품 구상 단계에서 모아졌던 실무진의 최종 결론이었다. 제품명을 ‘신선한’(Fresh) 의미와 양질의 영양분이 몸 안에 퍼진다는 뜻(Pop)을 합쳐 ‘프레시팝’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에 따라 프레시팝은 천연 원료인 호두 등 견과류에서 신체 노화방지에 효과적인 항산화성분을 추출해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프레시팝은 현재 국내 샴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2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확실한 히트상품 대열에 들어섰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최근 10년 동안 선보인 3가지(‘한율’ 화장품, ‘려’ 한방삼푸, ‘일리’ 로션 및 샤워용품) 브랜드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려’ 샴푸의 출시 첫 달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다.

프레시팝의 출시는 사실 회사의 창업 일화와도 연관이 깊다. 김 과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브랜드를 많이 내놓는 회사가 아니어서 신제품 출시에 그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며 “더구나 주력인 화장품이 아닌 생활용품에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숙제였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신제품 구상 단계의 마음 고생을 이렇게 털어놨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실타래는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논의 중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실무진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가능하게 한 ‘동백기름’으로 쏠렸다. ‘동백기름’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인 윤독정 여사가 동백씨앗에서 기름을 짜내 용기에 담은 뒤 판 제품이다. 당시 천연 재료로 만든 ‘동백기름’은 냄새가 없고 잘 마르지 않으면서도 윤기를 오랫동안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머리 손질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서 회장은 이에 착안,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세웠다. 결국 회사 창업의 계기가 된 ‘동백기름’이 오늘날 프리시팝 출시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이들의 시선은 조심스럽지만 이미 세계 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화장품에 이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점 찍은 천연 원료 샴푸도 이젠 해외에서 인정 받아야죠. 회사 설립의 모태 제품을 다시 살려야 하는 의무도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윤 부장과 김 과장의 목소리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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