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윤세노 부장, 김혜린 과장
견과류 천연 항산화 성분 담아내
출시 첫 달 20억원 매출 기록
“먹음직스러운 샴푸가 필요했습니다.”
최근 국내 샴푸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아모레퍼시픽 ‘프레시팝’ 개발의 주역인 윤세노(43) 생활용품 전담 사업부 부장과 김혜린(29) 마케팅팀 과장은 30일 제품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먹는 식품도 아닌 샴푸 신제품을 구상하며 ‘식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윤 부장은 “두피 용품 시장의 대세는 천연 원료가 될 것이란 게 회사 실무진의 의견이었다”며 “몸에 좋은 천연 원료를 사용해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샴푸가 나온다면 건강에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프레시팝 신제품 구상 단계에서 모아졌던 실무진의 최종 결론이었다. 제품명을 ‘신선한’(Fresh) 의미와 양질의 영양분이 몸 안에 퍼진다는 뜻(Pop)을 합쳐 ‘프레시팝’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에 따라 프레시팝은 천연 원료인 호두 등 견과류에서 신체 노화방지에 효과적인 항산화성분을 추출해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프레시팝은 현재 국내 샴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2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확실한 히트상품 대열에 들어섰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최근 10년 동안 선보인 3가지(‘한율’ 화장품, ‘려’ 한방삼푸, ‘일리’ 로션 및 샤워용품) 브랜드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려나간 ‘려’ 샴푸의 출시 첫 달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다.
프레시팝의 출시는 사실 회사의 창업 일화와도 연관이 깊다. 김 과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브랜드를 많이 내놓는 회사가 아니어서 신제품 출시에 그 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며 “더구나 주력인 화장품이 아닌 생활용품에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숙제였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신제품 구상 단계의 마음 고생을 이렇게 털어놨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실타래는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논의 중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실무진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가능하게 한 ‘동백기름’으로 쏠렸다. ‘동백기름’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인 윤독정 여사가 동백씨앗에서 기름을 짜내 용기에 담은 뒤 판 제품이다. 당시 천연 재료로 만든 ‘동백기름’은 냄새가 없고 잘 마르지 않으면서도 윤기를 오랫동안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머리 손질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서 회장은 이에 착안,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세웠다. 결국 회사 창업의 계기가 된 ‘동백기름’이 오늘날 프리시팝 출시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이들의 시선은 조심스럽지만 이미 세계 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화장품에 이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점 찍은 천연 원료 샴푸도 이젠 해외에서 인정 받아야죠. 회사 설립의 모태 제품을 다시 살려야 하는 의무도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윤 부장과 김 과장의 목소리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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