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월 31일
“오 뮤즈여! 두려워 말라. 정말로 새로운 길들과 세월들이 너를 받아들이고 에워싼다./ 나는 새로운 유형의 기묘하고도 기묘한 종족임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럼에도 오래되고 동일한 인간 종족은 안팎으로 동일하니/ 얼굴들과 가슴들도 동일하고, 감정들도 동일하고, 열망들도 동일하며/ 오래되고 동일한 사랑, 아름다움 그리고 습관도 동일하다.”
마이클 커닝햄은 소설 ‘휘트먼의 천국’(김홍엽 옮김, 생각의 나무)을 월트 휘트먼의 저 시구로 연다. 커닝햄처럼 휘트먼도 게이였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이 휘트먼을 통해 제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건 집단과 전통의 억압에 맞선 개인과 사랑, 아름다움의 옹호였다. “가자! 길이 우리 앞에 있다!(…) 종이는 백지째 책상 위에, 펴지 않은 책은 책상 위에/ 연장은 일터에 버려 두자! 돈은 벌 것 없고/ 학교는 거들떠볼 것 없고 교사의 고함소린 들을 것 없다!(…) 친구여. 내 손을 잡게/ 돈보다 귀중한 사랑을 주겠네/ 설교나 법률보다 우선 내 자신을 주겠네/ 자네도 자네 자신을 내게 주려나? 나와 함께 길을 떠나지 않으려나?”‘한길의 노래 Song of the Open Road’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1892)이 197년 전 오늘 태어났다. 희망을 담아 ‘미국적인 것’이라 언급되곤 하는 것들, 예컨대 민주주의 자유 평등 기회 등등의 문학적 뿌리를 그에게서 찾는 이들이 많다. 비트세대의 많은 예술인들이, 에즈라 파운드와 앨런 긴즈버그가 그가 연 길을 따랐다.
그는 산업화와 남북전쟁의 시기를 살았다. 물질주의와 거리를 두면서도 연방군을 편들었고, 노예해방에 찬성하면서도 흑인의 투표권에는 반대했다. 그는 갓 태어난 조국의 이상과 애국을 노래하면서도 갓 발견된 ‘개인’의 가치를 앞서 껴안은 선구자였다.
그는 ‘풀잎’의 시인이다. 1855년 36세의 그가 자비로 출판한 팸플릿 같은 시집 제목이다. 민음사 ‘휘트먼 선집’(유종호 역) 첫 시는 ‘자기 자신을 노래한다 One’s Self I Sing’이다. “자기 자신을 나는 노래한다. 순박하며 독립된 사람을/(…)/ 나는 노래한다. ‘남성’과 꼭 같이 ‘여성’도(…)/ ‘현대인’을 나는 노래한다.” 노래가 시작된 지 150년. ‘휘트먼의 천국’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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