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빅 챔피언십도 우승컵
‘태국의 박세리’로 통하는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이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싹쓸이했다.
쭈타누깐은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ㆍ6,709야드)에서 열린 LPGA 볼빅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천둥ㆍ번개가 치는 악천후에 아랑곳 않고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타를 더 줄였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쭈타누깐은 재미 동포 크리스티나 김(32ㆍ10언더파 278타)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200만원)를 챙겼다. 쭈타누깐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크리스티나 김은 “쭈타누깐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며 “내 세대엔 이렇게 골프 치는 선수가 정말 없었다. 파워 넘치는 장타는 물론 코스 전반에 걸친 창의력에다 엄청난 터치감을 지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쭈타누깐의 기세가 매섭다. 5월초 요코하마 타이거 클래식에서 LPGA 첫 우승을 신고한 이후 킹스밀 챔피언십과 볼빅 챔피언십까지 5월의 3개 대회를 석권했다. LPGA 역사상 첫 3승을 연속 대회 우승으로 장식한 건 쭈타누깐이 최초다. 또 3연속 대회 우승은 2013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 이후 처음이다. 태국에서 메이(MAY: 태국어로 거짓말이라는 뜻인 모메이의 영어식 줄임말)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쭈타누깐이 공교롭게 2016년 5월의 LPGA 대회를 스윕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날에 임한 쭈타누깐은 7번홀 이후 낙뢰 예보로 경기를 1시간 정도 중단했음에도 이후 침착하게 파 세이브를 이어갔다. 감각을 회복한 쭈타누깐은 13~14번홀 연속 버디로 2위권을 4타 차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한때 쭈타누깐은 우승을 눈앞에 둔 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새 가슴’이란 오명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러나 쭈타누깐은 평소 “이기고 지는 것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우승 기회는 있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실제론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몰랐을 뿐 그 경험을 하자 우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선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라운드 내내 특유의 장타를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퍼트를 앞세워 끝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투어에서 가장 멀리 치는 장타자 중 하나인 쭈타누깐이 코스의 영향으로 이번 주 내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가장 필요로 할 때 길이(긴 전장)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3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나온 이글이 좋은 예”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쭈타누깐은 “대회 코스를 처음 보는 순간 힘들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드라이버를 칠 수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경기 계획을 가져야만 했다.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김의 말처럼 힘과 창의력을 겸비한 쭈타누깐은 스스로가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알렸다. 진화의 끝이 올림픽 금메달로 귀결될지 세계 골프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의 올림픽 파크 골프 코스는 전장이 길기로 악명 높다. 결국 장타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힘과 정교함에 창의력까지 더한 쭈타누깐이 112년 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오는 여자 골프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한편 한국 선수 중에는 김효주(21ㆍ롯데)가 합계 7언더파 281타 공동 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뒤이어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공동 11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고 김세영(23ㆍ미래에셋)은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 등과 공동 16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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