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에 편승해 중앙부처 이주 공무원과 세종시민 등의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세종시 아파트 거주자 우선 분양 물량과 거주 기간이 절반으로 대폭 축소된다. 타 지역 수요자의 분양 기회가 확대되면서 투기 행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도시건설청(행복청)은 이런 내용으로 세종시 아파트의 우선 공급 비율과 거주기간을 개정한 ‘우선공급비율 고시안’ 및 ‘우선공급 대상 거주자 거주기간 시행안’을 30일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한 시행안에 따르면 우선공급 대상자의 거주기간을 종전 24개월에서 12개월로 줄였다. 해당 주택건설지역 거주자에게 공급하는 우선공급비율은 100%에서 50%로 축소했다. 시행안은 다음달 20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6월 말 고시한 뒤 7월 1일부터 적용한다.
지금까지는 신규 분양 아파트 가운데 공무원 특별공급을 한 뒤 남은 물량을 100% 세종시에 2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우선 공급했다. 덕분에 2년 이상 거주한 공무원과 주민 등은 아파트를 수월하게 분양 받아 웃돈을 받고 비싼 값에 되파는 등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지난해 세종시의 양도ㆍ양수된 아파트 분양권은 9,72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9월 이후 웃돈을 받고 거래된 분양권만 3,0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4년 세종시 2-2 생활권 아파트의 특별공급 물량을 뺀 나머지를 분양 받은 사람들이 전매금지 기간이 풀린 지난해 9월 수 천 만원의 웃돈을 받고 대거 분양권을 내다 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행복청은 두 가지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번 시행안 개정을 추진했다. 우선 거주자 우선 제도를 악용한 거주자들의 투기를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이다. 아파트 청약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타 지역 수요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시행안의 목적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에선 무작정 지역 우선 공급 물량을 타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투기 행태가 세종 거주자는 물론, 타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 아파트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타 지역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중개사업소 사이에선 이제 타 지역 손님들을 많이 상대하게 됐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욱 행복청 주택과장은 “제도 개선과 함께 주택 시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해 주택공급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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