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일로 간 1960년대만 해도 서울에는 변변한 빌딩조차 없었는데 123층 건물이 들어선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1964년부터 독일에서 6년간 광부로 일한 배용찬(78)씨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0층 공사 현장에 올라 감회에 젖었다. 허허벌판이었던 이 곳에 최첨단 빌딩이 들어서면서 몰라보게 변화된 모습 때문이다. 배씨는 “우리가 독일에 갈 때는 산업 기반이나 일자리가 거의 없어 정말 못살았다”며 “우리 손으로 123층 건물을 직접 짓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다”고 말했다
배씨의 이번 방문은 롯데물산에서 올해 12월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을 앞두고 사단법인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 회원(86명) 초청 행사로 이뤄졌다. 이들은 1961년 독일과 기술원조 협정 등을 맺으면서 독일로 건너간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 역군들이다.
파독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 1만 1,000여명이 1966년부터 10여년 간 독일에서 국내로 1억달러를 송금했다. 간호사들이 처음 독일로 건너간 1966년 당시 우리나라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1973년 독일로 건너가 3년 반 가량 간호사로 일한 강종례(64)씨도 이날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어려운 시절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며 “우리를 통해 어려웠던 그 시절과 애국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가 파견되던 시절은 롯데가 한국에 처음 롯데제과를 세우고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며 “피와 땀으로 한국 경제의 기반을 다진 분들에게 꼭 한국의 새 랜드마크가 될 롯데월드타워를 미리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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