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부터 7시까지 금지 골자
공권력 낭비 등 일방적 잣대로
“집회ㆍ시위 자유 제한”논란 클 듯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바꿔 심야와 새벽 시간대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경찰이 일방적 잣대를 만들어 집회ㆍ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집시법 10조에서 ‘일몰 후부터 일출 전’이란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 등을 들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 이듬해 6월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18,19대 국회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오후 10시나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 측 반대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오히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야간에도 옥외집회ㆍ시위를 할 수 있게 헌법 이념을 살릴 필요가 있다”며 집시법 10조를 아예 폐지하는 개정안을 냈을 만큼 옥외집회 권리를 바라 보는 여야 의원들의 간극은 크다.
경찰은 야간집회 시 발생하는 불법ㆍ폭력 문제, 국민의 수면권 및 휴식권 방해, 경찰력 낭비 등을 개정안 추진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인 2010년 7월부터 3년간 개최된 7,634건의 야간 집회에서 소음 723건과 수명방해 108건 등 910건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야간집회에 동원된 경찰력도 112만명에 달해 치안공백 우려가 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2014년 10월 경찰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야간집회 제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95.0%로 압도적이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라는 취지가 아닌데 개정안 지연으로 파생되는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들을 보면 영국과 독일 일본 등은 집회 금지 시간대가 없고, 러시아(오후 11시~ 오전 7시)와 중국(오후 10시~ 오전 6시) 등이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헌법 상 집회의 자유는 집회 내용을 기준으로 하는 허가뿐 아니라 시간 및 장소를 기준으로 하는 어떠한 허가제도 금지하는 것”이라며 “경찰은 위헌입법 추진을 중단하고 후퇴하는 집회ㆍ시위 자유를 포함한 민주적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거지나 위험 요소가 있는 일부 지역에 예외 규정을 두면 될 사안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경찰이 각계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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