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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기문 검증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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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기문 검증 벽 넘을까

입력
2016.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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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를 열었다. 검증위원 대부분이 외부 인사로 구성됐고 청문회는 TV로 생중계됐다. 앞선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아들 병역 의혹으로 뜻밖의 패배를 당하자 만든 이벤트였다. 네거티브 공세에 끌려 다니느니 먼저 까발리자는 역발상 전략은 성공이었다. 뇌관이 미리 해체돼 이명박은 BBK 의혹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태민 목사 등 과거 문제로 홍역을 앓던 박근혜도 5년 뒤 대선에서까지 효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어설픈 검증은 오히려 독이 돼 이명박 정부 비리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사전에 예상치 못한 실패의 교훈으로 남았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도전을 선언해 본격 검증대에 올랐다. 국내 정치판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터라 자질과 능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인 도덕성과 리더십, 비전이다. 유엔 수장이라는 위치를 감안해 헤집지 않은 고(故) 성완종씨와의 석연치 않은 관계부터 규명돼야 한다. 두 동생과 조카가 경남기업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이 반 총장을 겨눌 가능성이 크다. 1980년대 하버드 연수생 시절 미국 망명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을 보고한 점과 자신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하지 않은 사실이 약점이 될 수 있다.

▦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도 도마에 오르게 된다.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는 영국 시사주간지‘이코노미스트’의 혹평이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임기 내내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기존 정치질서에 몸담지 않은 점이 통합적 이미지에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 있지만 국내 정치세력을 통합하고 조정할 능력이 있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경제나 민생 이슈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도 없다.

▦ 가장 중요한 검증 요소 중 하나는 권력의지다. 고건ㆍ조순ㆍ이수성ㆍ이홍구 등 ‘온실형 정치인’이 정치권에 들어와 쓴 잔을 마신 사례는 많다. 정당 경험이 없는 반 총장이 네거티브성 공세와 비판을 견뎌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무현이 2002년 후보 사퇴 압력이라는 수모를 견디며 대통령을 거머쥔 게 대표적인 권력의지의 사례다. 반 총장의 시련은 시작됐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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