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가 쓴 산문 중에 ‘인사’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이 있다. “인사를 잘하는 남자가 있다. 혀가 살랑거리는 느낌이다. 거기에 온 정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로 시작되는 이 글의 다음 문장은 “부끄럽지도 않은가”이다. ‘인사’는 이중의 부정을 담고 있고, 결론은 짧은 글의 말미에 있다. 굳이 그걸 밝힌 생각은 없다. 다만 내 주변에도 인사를 잘해서 인생이 잘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음을 깨달았을 뿐. 그들의 혀는 정말로 봄바람처럼 자주 살랑거리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늘 적당한 소통만을 원한다. 그들에게 인사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부끄럽지도 않는가’는 그들처럼 욕망을 갖고 혀를 살랑거리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문장일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 덕분에 지나치게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냉혹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경보음도 듣는다. 늘 웃는 사람에게서 온기가 아닌 냉혹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웃으면서 다른 사람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고, 웃으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리고, 웃으면서 이문을 남긴다. 그들을 이해하는 데도 그의 글이 좀 도움이 된다. 그에 의하면 엄격함과 냉혹함은 그 근원부터 다른 것이고, 엄격함의 밑바닥에는 인간 본연의 따뜻한 배려가 가득하다고 한다. 그러나 냉혹함은 아무런 생명의 싹도 틔우지 못한단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