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모인 고용숙과 이모부 리강이 베일에 싸인 김 위원장의 실제 나이와 유년시절, 권력승계 징후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20년 전에 미국으로 망명한 고용숙ㆍ리강 부부는 27일(현지시간)자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1984년생이며 8살 생일 때부터 권력승계 조짐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김정은과 내 아들이 같은 해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놀이 친구였다”며 “내가 그 둘 기저귀를 갈아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출생연도를 둘러싸고 1982년 또는 1983년, 1984년생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의 출생연도인 19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연도 1942년과 끝자리를 맞춰 1982년생이라고 대내외에 퍼뜨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권력을 세습할 것이라는 조짐은 불과 김 위원장이 8세일 때부터 있었다고 고씨 부부는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8세 생일잔치 때 계급장이 달린 장군 제복을 선물로 받았고 군 장성들이 그때부터 어린 김 위원장에게 경례하는 등 진짜로 경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고씨는 “주변 사람들이 그(김 위원장)를 그렇게 (권력자처럼) 대하는 상태에서 그가 보통 사람으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1992년 김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에서 살기 시작했던 고용숙ㆍ리강 부부는 김 위원장이 12세 때인 1996년부터 약 2년간 김 위원장의 생활을 보살폈다. 고씨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보통 가정처럼 행동했고, 나는 그들(김 위원장 형제)의 어머니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어린 시절에 대해 고씨는 “말썽꾼은 아니었지만, 성질이 급했고 인내심이 없었다”고 회고하며, 김 위원장의 어머니가 그만 놀고 공부를 더 하라고 꾸짖자 김 위원장이 단식 투쟁했던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농구를 하기 시작하자 점점 빠져들었다고도 했다. 고씨는 “(김 위원장이) 농구공을 갖고 잠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어머니 역시 또래보다 키가 작았던 김 위원장이 농구를 하면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에서 생활할 때 ‘로열 패밀리’로서의 특권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의 집에는 여전히 큰아들이 북한 원산의 최고 지도자용 여름 별장에서 제트 스키를 타는 사진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앨범이 놓여 있었다고 WP는 설명했다.
하지만 고씨 부부는 1998년 돌연 망명을 결정했다. 고씨 부부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지도자와 가까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말썽에 휘말리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말썽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북한 정권 내부에서의 암투 가능성 때문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