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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청년 얼굴에서 아버지가 오버랩되고

입력
2016.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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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는 네팔의 수도다. 혼잡스러움 그리고 매연과 마스크로 기억되는 도시다.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약 4배 높다. 서울보다 더 혼잡하고 정신 없다.

그간 네팔에서 보낸 시간은 단지 후진국을 경험한 것이 아닌 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 들의 과거를 경험한듯한 느낌이다. 사실 그 경험은 열흘 전 콸라룸푸르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다.

옆에 앉은 네팔 친구의 이름은 로샨. 21살의 청년이다. 내가 여행 다녀오느냐 물으니 그는 살포시 웃으며 워킹비자로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 왔다고 한다. 몰딩 작업하는 공장에서 3년 동안 일한 후 귀국하는 길이다.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의 손이 고된 작업 때문에 여기저기 벗겨졌다. 관광을 다녀왔는지 물어본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18살에 결혼하자마자 와이프 및 가족들과 생이별 후 3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그 감정이 어떠냐 물으니 돌아온 말은 “Happy”였다. 그 한 단어를 내뱉는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과 긴장이 느껴졌다.

몇 시간의 대화가 오간 후 카트만두 도착 30분전 그가 나보고 밖을 보여준다. 창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우리나라는 정전이 비일비재해, 지금 보이는 몇 안 되는 불빛들은 정전을 대비해 내부에 전기가동시설을 갖춘 곳들이야.” 내가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이들에게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월남전에 참가했던 아버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돈 벌러 간 아버지 등등. 30년 전 오일달러를 벌겠다고 중동으로 간 이들 가운데 우리 아버지도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처음 본건 7살 때였다. 사우디에 일하러 가셔서 내가 7살이 되어서야 돌아오셨다. 그런 나는 그가 낯설어 어머니에게 “저 아저씨 왜 안가요?”라고 말하곤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던 우리할아버지, 그리고 1급 장애인이시던 우리할머니. 그런 대가족을 두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매일 술을 드셨던 걸까. 그런 아버지가 싫었다. 그의 가슴 한 구석에 있던 외로움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그를 피해 내 안으로 도망 다녔나 보다.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 안에서 아버지는 사라지셨다.

그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헌신적인 분이셨다. 이 시대가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도 때로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는 않았을까. 소통불능이라 하기에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던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안나푸르나에 가기 위해 수없이 오가며 보았던 포터들. 어쩌면 그 시대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평생 짐만 나르며 우리를 부양시키던. 사실 나는 그에게 평생 짐을 지우고 살아왔던 것일 수도 있겠다.

///

얼마 전 네팔에 트레킹하러 오신 모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행복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 어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집에 계신 어머니의 행복이 뭔지 알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행복여행을 떠났음에도 정작 내 어머니의 행복이 뭔지 알지도 못했다. 아버지 어머니의 꿈은 뭐였을까. 이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자식들 때문에 꿈을 버리고 사신 건 아닐까.

비행기 안에서 만난 네팔 청년과의 대화가 어쩌면 과거의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 이유다. 그들을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닌지. 뒤늦게 아버지의 존재를 돌아본다.

◆배움 1

[행복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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