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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로 출퇴근, 느리고 좀 위험해요”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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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6대ㆍ남양주 3대 투입 8개월째

단층버스보다 30명 더 태우고

1대당 운송비용도 저렴하지만

가파른 계단 노약자 이용 불편

2층은 흔들림 심해 어질어질

들쭉날쭉한 운행시간도 아쉬워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시청을 오가는 경기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내려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시청을 오가는 경기 2층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내려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서울 인구 1,000만명’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전세난에 견디지 못해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지만 서울 생활을 접고 경기, 인천으로 빠져 나가는 ‘탈(脫) 서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나마 서울하고 가깝고 철길로 연결되는 곳은 경쟁이 심했다. 더 먼 곳으로 떠밀려간 사람들은 하루에 2, 3시간씩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서서라도 탈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광역버스는 ‘안전’을 이유로 입석이 금지됐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김포와 남양주에 등장한 2층 버스다. 단층 버스에 비해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는 2층 버스는 지난 해 10월 김포 6대 남양주 3대 등 9대가 투입돼 당산역, 여의도, 서울시청 등 서울 도심을 연결하며 수도권 주민의 새로운 발이 됐다. 도입 8개월을 맞는 2층 버스의 등장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대학생 김진현(26)씨는 학기 중에는 매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집부터 서울 당산역까지 8601번 광역버스를 타고 오간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8601번 2층 버스는 두번 밖에 타지 못했다. 2층 버스가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양촌산업단지 쪽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양촌산단 일대에는 190여개 입주업체 외에도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2층 버스를 일부러 타지 않는다. 단층 버스보다 크고 무거워 상대적으로 운행속도가 느린 탓이다. 좌석 수가 단층 버스보다 약 30석 많은데다 2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 때문에 승ㆍ하차 시간도 길다.

경기연구원은 4월 김포와 남양주에 운행중인 2층 버스 5개 노선 9대를 대상으로 분석한 운행효과 조사 결과라는 자료를 통해 도로가 붐빌 때를 기준으로 2층 버스가 단층 버스보다 운행시간이 약 5분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층 버스가 더 많은 승객을 수송하고 왕복 소요시간이 2~3시간임을 고려할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올해부터 2층 버스를 몰았다는 한 기사는 “대포리 차고지에서 서울시청까지 왕복(97㎞) 소요시간은 3시간 15분에서 3시간 25분으로 단층 버스보다 20~30분 더 걸려 바쁜 직장인들이 다음에 오는 일반 버스를 기다렸다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승객도 “2층 버스는 속도가 느려 뒷 버스에 따라 잡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직접 타본 2층 버스의 체감속도 역시 느렸다. 승ㆍ하차 시 계단을 오르내리는 승객들을 기다리다 보니 1분여가 훌쩍 흘렀다. 버스 앞뒤 계단에는 ‘운행 중 계단 이용 금지’ 팻말이 붙어있었다.

불편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계단은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는 너무 가팔랐다. 좌석이 빽빽하게 들어선 2층은 1층보다 운행 중 흔들림이 심했다. 도로에 조금이라도 굴곡이 있는 구간에서는 차가 심하게 흔들려 차 멀미가 심한 승객은 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림 때문에 운행 중에는 좌석을 옮겨 않는 것도 쉽지 않았고, 손잡이를 잡지 않았더라면 앞 좌석과 부딪힐 뻔 한 아찔한 상황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비싼 버스 요금에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회사원 김인태(50)씨는 “영업하느라 전국의 대중교통을 다 이용해봤는데 2,500원(현금 기준)은 너무 비싸다”며 “거리비례제를 도입하면 출퇴근시간 대 외에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층 버스의 긍정 효과라고 한다면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출근하는 주민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오전 6~9시 기준으로 서울 방면 2층 버스 이용객은 평균 69명으로 단층 버스(52명)의 1.33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층 버스 운행 노선의 입석률도 도입 전보다 김포가 17.6%에서 9.3%로, 남양주가 19.3%에서 11.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2층 버스 1대당 하루 운송 비용도 39만2,000원으로 같은 경유를 사용하는 단층 버스의 110%, 천연가스 버스의 92% 수준으로 저렴한 것도 이점이라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2층 버스가 입석률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경제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추가 도입은 아직까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행시간이 들쭉날쭉이어서 2층 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포 차고지에서 출발 시간이 오전 5~6시대에 집중돼있고, 오전 7~9시에는 운행되는 버스가 없었다. 김포의 경우 낮시간대, 남양주는 주말과 공휴일 운행을 하지 않았다.

이재준 경기도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대책으로 추진한 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따라 원거리 입석 출퇴근자의 불편 해소에만 정책 목표가 맞춰졌기 때문”이라며 “입석 이용자를 줄이기 위해 일반 버스보다 정원 여유가 있는 2층 버스를 도입하다 보니 다른 활용 방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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