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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매달려 하루 3시간… 수도권 ‘출퇴근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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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매달려 하루 3시간… 수도권 ‘출퇴근 난민들’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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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만 서울서 35만명 유입

2층ㆍ광역버스 아무리 늘려도

출퇴근시간 입석률 여전히 10%대

주요 버스 전용차로 포화

“차 몇 대 늘려서 해결될 일 아냐

지자체 아닌 정부가 나서서

광역철도 등 정책 세워야”

지난해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 줄지어 선 광역버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 줄지어 선 광역버스.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이모(43)씨는 하루 평균 3시간 가량을 길거리에서 허비한다. 1500번 광역(직행좌석)버스를 타고 2호선 당산역에서 내려 전철을 2,3번 갈아타야 직장에 도착할 수 있다. 2014년 7월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됐지만, 꼬박 서서 가는 일도 수두룩하다.

이씨의 출퇴근 전쟁은 5년여 전 교하신도시에 집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신혼 때는 서울 전세보증금 2억 원짜리 빌라에서 살았지만 아이 둘이 생기면서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하루하루 콩나물 시루에 얹혀 다니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10월 결혼을 앞둔 김모(32)씨도 요즘 ‘출퇴근 1시간 빌라냐, 3시간 아파트냐’를 두고 고민 중이다. 여자친구(28)와 신접살림을 차릴 곳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부쩍 다툼이 잦다. 여자친구는 같은 가격에 이왕이면, 인천 송도신도시 새 아파트를 구입하자고 조른다. 은행권 대출 등 둘이 마련할 수 있는 3,4억 원의 돈으로 서울에서 방 2개짜리 빌라를 사는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하루 3시간을 길바닥에 버릴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김씨는 “경기도에서 오는 선배들을 보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지쳐 보인다”며 “나도 수도권 난민이 돼야 하나 싶다”고 했다.

전셋값 폭등 등 치솟는 주거비 탓에 경기ㆍ인천 외곽으로 밀려난 서민들의 출퇴근길은 말 그대로 ‘지옥길’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2층 버스’와 광역버스 증차,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2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광역버스 좌석제 시행 이후 경기지역에서는 서울 등지를 오가는 광역버스가 302대나 늘었다. 버스 좌석의 앞뒤 공간을 7~10cm 좁혀 좌석을 확대하고 국내 최초로 2층 버스 9대도 도입됐다.

하지만 출근시간(오전 6~9시) 대 입석률은 여전히 10.2%(올 3월9일 기준)나 된다. 좌석제 등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하루 이용객 8만2,000여명 가운데 8,300명 가량이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역버스를 마냥 증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버스전용차로도 일반차로처럼 꽉꽉 막히는 등 포화상태인데다 대기오염 등을 우려하는 서울시의 반대가 완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경유차량의 도심진입을 아예 막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마구잡이 택지개발로 연간 출퇴근 인구가 3만~4만 명씩 늘고 있는 상황에서 ‘증차→출퇴근 인구 증가→증차’라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경기도는 설명하고 있다. 버스 몇 대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의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가 도입한 ‘2층 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김포시와 남양주시에서 서울을 오가고 있는 2층 버스는 운송원가 부담으로 수요가 적은 한 낮(오전 10~오후 3시) 운행을 멈추는 등 이용객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대책인 GTX 등 철도는 버스를 늘리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든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강남 등 도심까지 30분 안에 진입할 수 있다는 GTX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됐지만, 예산만 15조원이 넘어 5년 전 마련된 1차 계획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운행되더라도 요금이 현재 지하철 요금의 2배에 달해 이용객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역버스의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교통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KTX 등 지역과 지역간 연계에서 벗어나 대도시권 통행에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휴먼교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난 등으로 서울 인구가 경기, 인천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버스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사업비가 많이 들더라도 광역철도 운송시스템으로 정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알아서 협력하라는 식으로 방치해서는 더는 안 된다”고도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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