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플 때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음식이 있다. 추억도 담겨 있고 정감이 넘치는 음식들이므로 단순한 ‘comfort food’ 이상일 것이다. 문화별로 ‘What's your comfort food when you are sick?’이라는 질문을 하면 수십 수백 가지의 음식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중국식 쌀죽인 ‘congee’(콘지)다. 흔히 콘지 식당이나 Congee food처럼 불리는데 단순한 ‘미음’이나 ‘쌀죽’ 이상의 동양적 감성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쌀죽 형태는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많다. 인도 남부에도 발음이 비슷한 ‘Kanji’라는 쌀죽이 있고 베트남에는 뜨끈한 쌀국수로 알려진 ‘pho’(훠)가 있는데, 이 pho는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낸다. Puerto Rico에서는 ‘asopao’라는 쌀죽에 닭을 넣기도 하고 새우나 완두콩처럼 생긴 비둘기콩을 넣기도 한다. Cuba 사람들의 ‘Ropa Vieja’는 ‘old clothes’라는 뜻과 달리 자극적이고 몸을 추스르는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Florida 남부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소고기에 페퍼나 마늘, 토마토, 양파와 쌀을 넣은 뒤 몇 시간이고 푹 끓인 것으로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영국인들에게는 우유를 데워 먹는 것만으로도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르고 특히 서민들에게는 귀리에 물이나 우유를 넣고 끓인 귀리죽(oat porridge)이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컨디션이 나쁠 때 간단하게 Lucozad 같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기 때문에 정서가 다를 수 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몸이 찌뿌듯하면 귀리에 위스키 한 잔으로 달래고 New York에 사는 유대인들에게는 유월절(Passover)에 먹는 것으로 밀가루빵(matzo)에 계란과 물 기름을 넣고 끓인 만둣국 같은 닭죽 ‘Matzoh ball soup’이 있다. 신기하게도 다양한 형태의 닭죽은 미국인들에게도 가장 정감 넘치는 음식이다.
한국인의 음식에 김치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호주인들에게는 식빵에 발라먹는 ‘Vegemite’(베지마이트)가 있다. 이는 2차 대전을 통해 미국에서 호주에 전해진 잼 같은 것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는 글쎄라는 느낌이지만 호주인들은 거의 대부분 즐겨 먹는다. 뉴질랜드에는 호주의 베지마이트보다 싱겁고 순한 ‘Marmite’라는 게 있는데 맥주 만들 때 쓰는 효모로 만든 것이다. 스위스에는 ‘Cenovis’, 독일에는 ‘Vitam-R’이라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잼이 있다.
미국 서부에서는 생강 맛이 나는 음료 진저에일에 소금을 뿌린 크래커를 먹기도 하고 붉은색의 ‘Jell-O soup’도 있다. 남부에는 오렌지 주스에 7-UP과 소금을 뿌린 크래커를 먹기도 하고 몸이 좋지 않을 때 닭죽이나 계란을 살짝 삶은 것, 버터 바른 빵도 먹는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쌀 닭죽과 귀리, 뜨끈한 초콜릿 그리고 버터 바른 빵과 오렌지 주스가 Comfort food에 빠지지 않는다. 몸이 좋지 않을 때 먹는 Comfort food로는 세계인 다수가 먹는 쌀죽(rice porridge)이 해외에 사는 한국인에게도 가장 정감 넘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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