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으로 대중적 인지도
외교ㆍ통일분야 전문성 갖췄지만 정치 경험 없고 조직기반 부재
“내치 미검증… 리더십 약점, 신비주의 실체 곧 드러날 것”
기존 정치권 일제히 견제구
비박이 ‘潘카드’ 받을지 여부 관심,
野, ‘충청ㆍTK 연합’에 촉각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이 그 셈법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큰 틀에서 여권은 환영, 야권은 폄하하는 분위기다. 여론은 반 총장의 대권 파괴력과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 간의 간극을 주시하고 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 감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까닭에 강점과 약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강점으로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국민적 호감, 국제무대 경험이 먼저 꼽힌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꼭 필요한 외교와 통일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것은 어느 대권주자도 갖추지 못한 반 총장만의 경력이다.
여기에 정치권에 몸 담은 적이 없어 정치적 부채의식이 적고, 이념적 성향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지지층의 확장성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울러 새벽 4시부터 초 단위로 일정을 수행하는 반 총장 특유의 근면성과 "적이 없다"는 친화력 역시 큰 강점이다. 반 총장을 대권 후보군에 포함시킨 각종 여론조사마다 그가 상위에 랭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 총장의 매력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약점으로 치환된다. 과거 높은 대중성과 호감도를 지닌 대권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도 대권행에는 실패했다. 특히 국내무대 경험이 적은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ㆍ안보를 뺀 정치ㆍ경제(민생)ㆍ사회ㆍ문화 등 다른 분야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맹점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정당 내 조직과 세력 기반이 부재한 것도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반반(半半)' '유만(油鰻ㆍ기름 바른 장어)'이란 별칭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는 것도 그의 리더십을 흔들 약점에 속한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반 총장의 유일한 장점은 '신비주의'인데, 이에 대해 검증에 들어가면 바로 실체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는 순간 검증이란 홍역을 건너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반 총장의 반풍(潘風)이 향후 대권구도에 미칠 영향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반 총장이 지닌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26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에서 “국민 가슴 속에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부심이나 동경심이 결코 작지 않아 세세한 이슈를 덮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반 총장의 등장은 최근 여야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새판 짜기 기류와 맞물려 있다. 이미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월 '새 정치결사체' 발족을 예고했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도 정계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가 반 총장을 영입할 경우 당내 구도가 다시 친박 대 비박으로 나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내 잠룡들인 김무성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지금은 무소속인 유승민 의원 간의 관계도 복잡해질 수 있다.
수도권을 점령한 더민주와 호남을 품은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대응 카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무관의 충청권'이 친박계가 주축인 대구ㆍ경북(TK)과 연합할 경우 그 파장을 가늠키 힘든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을 대권 후보로 보고 (검증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정치권 인사는 "집권세력인 친박계와 박근혜정부가 반 총장을 지원한다 해도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그런 세력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말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