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심사 강화 탓
금융당국, 7월부터 보험사도
대출 심사 강화 적용하기로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에만 20조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이중 70% 이상은 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 2금융권 대출이었다. 시중은행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ㆍ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금리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바짝 긴장한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가계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풍선효과 차단에 나섰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중 가계신용 잔액(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국내 가계신용, 즉 가계부채는 1,223조6,706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1,158조4,659억원)과 판매신용(신용카드 및 할부금융 이용ㆍ65조2,048억원)을 합한 금액으로, 작년 말보다 20조6,000억원(1.7%), 1년 전보다는 125조4,000억원(11.4%) 증가했다. 이를 현재 국내 인구수(5,158만명)로 나누면 1인당 부채는 2,372만원 수준이다. 물론 작년 2분기 이후 분기당 줄곧 30조원 넘게 불어나던 증가폭이 20조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 또한 작년 1분기(13조원)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2금융권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과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올 1분기에만 7조6,000억원이 늘었다. 작년 연간 증가분(22조4,000억원)의 34%에 달한다. 보험회사ㆍ증권사ㆍ대부업자 등이 속한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역시 1분기에 7조4,000억원이 불어났다. 2금융권 대출 증가폭이 총 15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폭의 4분의 3에 육박한다. 반면,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올 2월 대출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크게 감소(지난해 4분기 22조2,000억원→올해 1분기 5조6,000억원)했다.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제1금융권 대출심사의 벽이 높아지자 저소득층ㆍ저신용자가 고금리인 제2금융권에 몰리면서 상환부담이 커지고, 상환여력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국민의 상환능력 대비 부채수준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며 “소득증가율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해 향후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풍선효과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 동향 및 향후 관리방향’을 통해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오는 7월부터 ▦소득증빙 객관화 ▦주택구입자금 분할상환 ▦고정금리대출 확대 등 은행권 수준의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돈을 상환능력 범위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3월말 현재 34.7%에 머물고 있는 보험사의 비거치식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비율을 연내 40%, 내년 4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제2금융권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가장 큰 상호금융에 대해선 다음달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올해 1분기 5.1%인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2017년 1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분할상환 관행이 정착돼 매년 원금상환 규모가 확대되면 2019년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5%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추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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