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컨테이너 처리 1위
부산신항 개항하며 비중 급감
2000년대 후반 재개발 구체화
‘국제해양관광 거점’ 도약 꿈꿔
“1970년대 북항의 물동량은 대단했어요. 북항2~4부두에는 선박들이 가득했고 매일 같이 트럭들이 물건들을 실어날랐죠.” 부산 동구 국제여객터미널에 딸을 마중하러 나온 김숙자(68ㆍ여ㆍ부산 동래구)씨는 30~40년 전 북항을 대표적인 무역항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씨는 “작은 어촌이었던 아주 옛날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2시쯤 둘러본 북항의 옛 중앙부두 바닷가 매립지에서는 중장비가 부지조성공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은 공터에 불과하지만 북항재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수많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을 터였다.
과거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1위를 자랑하던 최대 무역항 부산 북항이 산업화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재개발을 통해 시민들의 공간과 국제해양관광거점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른바 ‘북항재개발사업’은 2007년 마스터플랜이 확정되고 사업시행자로 부산항만공사(BPA)가 지정되며 물꼬가 트였다. 앞서 1990년대에도 도시화가 가속되고 있는 북항1~4부두 시설을 옮겨 일대를 상업업무용지로 재개발하자는 주장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재개발사업은 외환위기를 거치고 2000년대 후반에야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북항재개발사업의 필요성은 옛 부산시청이 있던 중구와 동구를 포함해 원도심 기능을 회복하자는 요구와 2006년 개장한 부산신항(강서구 가덕도 일대) 약진 탓이었다.
북항의 역할이 차츰 줄면서 재개발 기회가 생겼다. 신항이 들어서기 전까지 북항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도맡아 처리했지만 신항이 생기면서 비중이 급격히 낮아졌다. 컨테이너 물동량 점유율은 2011년 북항 843만TEU(1TEU: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대), 신항 775만TEU에서 2012년 북항 760만TEU, 신항 944만TEU로, 신항이 북항을 역전했고 작년에는 신항의 비중이 66.1%까지 올랐다.
총 사업비 8조원 웃도는 대역사
1단계 국제여객터미널 작년 개장
랜드마크ㆍ오페라하우스 추진까지
불편한 대중교통 등 과제도 산적
북항재개발사업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항 연안과 국제여객부두, 중앙부두, 1~4부두 등 일대 153만2,419㎡(46만평)에 정부와 BPA가 사업비 2조388억원을 투자하는 대역사다. 정부지원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한국형 10대 뉴딜프로젝트’에 선정되며 3,500억원 가량의 국비지원이 결정된 게 시작이다. 정부는 항만시설, 교량, 지하차도 등 기반시설을, BPA는 부지조성과 친수공원(수변공원), 도로, 국제여객터미널 조성 등을 맡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투자액이 6조4,802억원 가량으로 총 사업비는 8조원을 웃돈다.
북항재개발사업은 2012년 착공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해 말 개장하며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국제여객터미널은 BPA가 2,343억원을 들여 옛 북항3~4부두에 건설한 북항재개발사업의 핵심시설. 국제여객터미널(7만8,802㎡)을 중심으로 게이트ㆍ경비초소(815㎡), 연결통로(8,669㎡), 보세창고(3,045㎡), 면세품 인도장(345㎡) 등을 갖고 있으며, 부두시설로는 10만톤급 크루즈 선석(접안시설) 1개, 2만톤급 국제여객선 선석 5개, 500톤급 선석 8개 등을 보유, 북항은 이제 관광거점시설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아직 완결편이 아니다 보니 종종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인근 부산역 도시철도와 도보로 1.5㎞ 가량 떨어져있고, 시내버스 노선 연계가 취약해 이용객 불편이 우려된다는 것. BPA는 부산역과 도로 건너편에 들어설 환승센터(사업자공모 중), 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보행데크를 민간투자방식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전체길이는 601m로 준공은 오는 2019년.
또 부산항대교를 지나는 선박 높이가 60m로 제한돼 대형 크루즈선이 통과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BPA는 해양수산부와 선박통행 높이제한을 63m로 완화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북항재개발사업은 2020년까지 1단계 사업이 진행된 후 2단계 사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단계 사업은 지난해 개장한 국제여객터미널을 포함, 북항1~4부두, 중앙부두 등이 재개발대상이며 수변공간과 국제해양관광거점 인프라가 조성된다. 2단계 사업은 국제여객터미널 바로 옆 자성대 부두가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의 기능을 보완한 시설이 들어선다.
구체적으로 해양문화지구(17만9,286㎡)엔 랜드마크와 문화시설이, 정보기술(IT)ㆍ영상ㆍ전시지구(5만7,785㎡)에는 방송ㆍ보도시설이 유치된다. 랜드마크는 내년 국제공모를 통해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고, 문화시설은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되는 친수공원ㆍ광장(28만㎡)과 환승센터(2만6,275㎡) 인근 온천공(온천물이 솟아나는 구멍)을 개발하는 북항온천도 눈길을 끈다. 공원 옆 바닷가에는 요트 200척을 수용할 수 있는 마리나(2만8,462㎡)가 들어선다. 올해 하반기 부지조성에 들어가며 BPA는 사업비를 약 5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사기간 추정되는 유발효과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31조5,000억원, 고용효과도 12만명에 이른다. 정평규 BPA 재개발사업단 개발사업실 차장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비를 반영해 전문회계기관이 추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와 가치를 담은 곳인 만큼 재개발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낸다.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의 박인호 대표는 “항만재개발은 전국에서도 북항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잘 조성되려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BPA가 면밀한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투자 부분이 크다. 자칫 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도 조심해야 한다”며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더욱 고민해서 친수공간이자 해양관광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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