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전력회사로 평가받았다. 본사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기며 부지 매각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데다가 신성장 동력 발굴 등 혁신을 지속한 결과다.
26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글로벌 2000)에 따르면 한전은 종합 97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상장기업의 매출, 순이익, 시장가치 등을 평가해 순위가 발표되는 포브스 글로벌 2000에서 한전이 10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글로벌 전력회사 중에서도 100위 내 기업은 한전이 유일하다. 아시아 국가의 전력회사가 전력회사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도 한전이 처음이다. 그 동안 세계 최고 전력 회사로 꼽혔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9위로 추락했다. 한전은 2012년엔 종합 580위, 글로벌 전력회사 30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종합순위 171위, 전력 부문 4위였다.
한전이 이처럼 세계 최고의 전력회사로 발돋움한 데는 우선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한전은 2008~2012년 사이 누적적자가 11조원에 달했으나 2012년 12월 조환익 사장 취임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추진했다. 전력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은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51%)만 남긴 채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전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한전산업개발과 LG유플러스 보유 지분은 모두 팔았다. 임직원들도 임금 인상분 전액을, 성과급은 직급 별로 10~50% 반납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한전은 2013년 흑자 전환(2,000억원)에 성공했다.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 대금(10조5,500억원)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며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10조2,000억원에 달했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135.8%(2013년)에서 99.9%(2015년)로 떨어졌다. 2012년 2만원대였던 한전의 주가도 올해 6만원대로 뛰어 삼성전자(185조원)에 이어 시가 총액 2위(39조원)에 올랐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2012년 A1이었던 한전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두 단계 상향 조정(Aa2)했다.
한전은 기존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 사업인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해 캐나다 등에 수출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한편 올해 포브스 글로벌 2000 평가에서도 중국 국영 은행들이 1~3위를 싹쓸이 했다. 중국공상은행이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중국건설은행과 중국농업은행이 나란히 2,3위에 올랐다. 4위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5위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똑같은 18위를 유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586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249개) 일본(219) 영국(92개) 한국(67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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