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방한하자 정치권이 일제히 견제구를 날렸다. 여야 할 것 없이 ‘반기문 대망론’을 떼놓고 향후 정치 일정을 논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야권에선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뒤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유엔에서 일반적으로 4, 5년 정도 지난 뒤 정부 직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 있다’는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다”며 “퇴임 후 활동을 제한한 유엔 결의문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내년 대선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도 “반 총장의 출마는 국가나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누가 그를 공정한 사무총장으로 보겠나”라고 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친박 대통령으로 내정한 상태”라며 반 총장이 대망론이 무르익을 내년 5월경 정식 귀국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굉장한 권력욕을 가진 분”이라며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예상했다.
반 총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여권에서 더 컸다. 여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세계 문제만 고민하다가 만약 우리 국정을 고민하려면 아마 시간이 짧은 게 아닌가 걱정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중진인 정갑윤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며 “조금 더 검증을 거쳐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총장이 꽃 가마를 타고 들어와 대선에 나섰을 경우 필패(必敗)한다”며 ‘몸 단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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