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51개교 감사
횡령 의심 4개교는 수사 의뢰
학생 급식에 쓰이는 식재료의 납품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업체와 결탁해 식재료를 빼돌리는 등 급식 비리를 저지른 서울 시내 학교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기준치의 두 배가 넘는 열량이 든 급식을 제공하는 등 영양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도 상당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학교급식 특정감사 결과 급식비 횡령이 의심되는 4개 고교를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급식 위탁업체 선정(7건) ▦식재료 구매계약(49건) ▦급식비 예산 집행(71건) ▦영양 관리 및 검수(35건) ▦급식 행정업무(19건) 등에서 모두 181건의 규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비위 정도가 심한 5개 고교에는 교장, 행정실장, 영양사 등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관내 초ㆍ중ㆍ고교 중 급식 관련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51개 학교(초 15곳, 중 18곳, 고 18곳)를 선별,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현장감사를 실시했다. 승영길 감사관 직무대리는 “지난해 상반기 충암고 급식 비리 감사를 계기로 폭넓은 현장감사 필요성을 느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의 모든 초ㆍ중ㆍ고교는 시교육청 예산으로 학생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이번 감사에서 적발한 사립 A고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들에 저녁 급식을 위탁하고 점심 급식에 쓰고 남은 식재료를 몰래 넘겨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립 B, C고는 특정 업체와 식재료 납품계약을 맺고 단가를 부풀리거나 정부 축산물이력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축산물을 공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립 D고의 경우 영양사가 수시로 식재료를 무단 구입한 뒤 이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침이나 저녁을 급식하는 학교는 예외 없이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위탁계약이 비리 온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조ㆍ석식도 중식처럼 학교 직영으로 급식하도록 지침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할 의무를 저버린 학교도 상당수였다. 한 중학교는 한끼 기준 열량(667㎉)의 2.3배에 달하는 최대 1,545㎉의 열량이 든 급식을 제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잔반을 줄이려는 계산으로 채소류보다 튀김, 조림 형태의 고열량 반찬을 많이 제공하는 경향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종교상 이유로 축산물이나 수산물을 제공하지 않은 한 고교는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빵, 케이크 등 당분이 높은 식품을 제공하고는 단백질, 칼슘 등 다른 영양 공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서류를 허위 기재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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