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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의 눈] 도덕 불감증 만연…스포츠 윤리 의식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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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의 눈] 도덕 불감증 만연…스포츠 윤리 의식 강화해야

입력
2016.05.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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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선수 실루엣/사진=한국스포츠경제DB(이미지투데이).

한쪽에선 심판 매수 사건이 터졌고, 다른 한쪽에선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된 선수들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프로축구(전북 현대)와 빙상계(쇼트트랙) 얘기다. 연예계 못지않게 체육계에도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단순히 처벌만 강화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처벌 강화는 '책임'의 문제이지, '해결'의 문제는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도덕 불감증'에 있다고 본다.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도박, 금지약물 복용, 음주 운전, 선수간 폭행, SNS 사생활 추문 등은 이른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ㆍ도덕적 해이)의 한 단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것이 얼마나 중대한 잘못인지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올해 1월 불거진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31)의 후배 폭행 사건만 봐도 그렇다. 당시 한 매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재혁은 후배 황우만(21)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후에도 사과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황우만의 가족과 여론이 더욱 분노한 이유다.

도덕 불감증의 근저에는 엘리트 체육의 폐해가 자리하고 있다. 기자가 다닌 고등학교는 야구 명문고 중 한 곳이었다. 기자가 속한 반의 야구부 선수는 현재 한국프로야구(KBO)를 대표하는 거물급 타자다. 당시 그의 일상을 떠올려보면 정말 '야구뿐'이었다. 그는 중간ㆍ기말고사 때 교실에 잠깐 들러 OMR 카드에 마킹을 할 뿐, 대부분의 시간은 야구장에서 보냈다. 최소한의 교과 과정도 수료하지 못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던 그와 지금까지 연락하는 동기는 찾아볼 수 없다. 과거 한국 체육 교육의 폐해를 몸소 경험한 적이 있다.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했지만, 기자는 학교 체육교사의 권유로 체대입시를 준비했었다. 기계체조를 전공했는데 당시 체육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도 선수가 되기 위한 엘리트 체육 교육의 축소판쯤 돼 보였다. 그 시절 친구들의 입에선 체육계에 만연한 구태와 비리 관련 이야기들이 속속 흘러나왔다. 운동만 강도 높게 시키는 교육에 질려 중도포기한 친구들도 부지기수였다.

운동에만 매몰돼 최소한의 교과 과정도 이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체육계는 연예계와 닮아 있다. 엘리트 체육은 학교 선수들에게 운동만을 강요했고, 연예기획사들은 10대 소년ㆍ소녀들에게 노래와 춤만을 배우게 했다. 학업, 인성 교육, 또래들과의 관계는 모두 뒷전이었다.

스포츠 윤리 교육의 강화가 절실한 때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시즌 시작 때 일회성으로 하거나 구두 등 약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행 프로 스포츠 윤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의 자아 정립과 인성 교육, 멘탈 강화를 위해 스포츠 심리 전문가를 둔 구단도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체육계는 지금에서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엘리트 체육의 개선을 꾀하는 한편, 기타 체육계 구성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도 강화되는 것이 맞다. 물론 제도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축구협회는 지난 2005년 한 불법도박업체에 매수된 로버트 호이저 심판이 승부조작으로 24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자 이후 심판이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판의 신용도와 경제 여건을 미리 살피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도 국내 스포츠계 입장에선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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