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인 미국 청년들 중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 규모가 부부 및 애인과 동거하는 인구를 넘어섰다. 고교 졸업 후 빠른 독립이 장려되던 미국에서 두 집단의 선후가 뒤바뀐 것은 136년만의 일로 실업, 임금 하락으로 인한 청년 세대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24일(현지시간) 마이크로데이터 제공 시스템(IPUMS) 상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18~34세 청년 중 32.1%(2014년 기준)가 부모의 집에서 살고 있어 배우자ㆍ파트너와 동거 중인 비율(31.6%)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1880년 이후 처음 관측된 모습으로 미 언론들은 인구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두 집단 간 격차는 1960년 전후로 좁혀지기 시작해 같은 기간 동안 결혼ㆍ동거 비율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캥거루족 비율은 1.5배가량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처드 프라이 퓨리서치센터 수석 경제전문가는 1960~70년쯤 실질임금이 하락함과 동시에 미독립 청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청년 고용률 또한 60년대와 비교해 13%포인트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경제난과 더불어 같은 기간 동안 남녀 결혼 연령이 7년 정도 늦춰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청년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 연애,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필립 코헨 매릴랜드대 사회학 교수는 “특히 저학력 인구에게서 결혼 감소 추세가 뚜렷한 점을 감안할 때 경제적 불안정성이 청년 세대의 독립 의지를 가로막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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