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이 무밭 1만㎡ 관리… 학교 후원자 1800여명에 선물로
대학 측 “용역업체와 계약… 올해부터 안 맡길 것” 해명
한동대가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16년간 학교 후원자들에게 연말 선물로 제공하는 무를 재배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측은 “별도 수당을 지급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수당 지급은 최근 3년에 불과했고 일반에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북지역일반노동조합 포항지부는 25일 한동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측이 지난 십 수 년 간 후원자들에게 ‘한동인들이 정성스럽게 가꿨다’며 선물로 제공한 무가 실상은 청소용역노동자들이 키운 것”이라며 “단 17명의 청소노동자가 무려 16년간 1만㎡에 달하는 무밭에서 파종과 김매기, 수확까지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청소용역노동자들이 대학 측의 감원 요구에 항의하기 위해 열렸으나 열악한 근로환경의 사례로 소개된 무밭 관리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청소노동자들이 키운 무는 한동대 후원회인 ‘갈대상자’ 회원 1,800여명의 연말 선물로 제공됐고 일반에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학 측은 “무밭 관리는 용역도급계약에도 명시된 사항으로 근무시간 내에 이뤄졌고 용역 업체에서 별도 수당을 지급했다”며 “2016학년도 무밭 관리는 용역도급 계약과 관계없이 학교에서 직접 관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한동대 청소용역노조측은 “수당을 지급한 건 최근 불과하며 무밭 관리가 문제되자 직접 키우기로 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한편 경북일반노조 소속 한동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 측이 108만원에 불과한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월급에 5만 원의 식대를 더 준다는 조건으로 동료 3명을 자르도록 우회적으로 용역업체에 요구했다”며 항의했다. 이에 한동대 측은 “지난 7년 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생활관 한 곳 폐관으로 인원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동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는 모두 35명으로, 이 중 26명이 경북일반노조 포항지부에 가입돼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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