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어버이 연합’이나 ‘엄마 부대’ 같은 친정부 성향의 이념 단체가 있는 것처럼 미국에는 MADD가 있다. 물론 사전에 수록된 단어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합한 것이다. Mad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이 표현은 ‘Mothers Against Drunken Driving’(음주 운전을 막자는 엄마들의 단체)의 첫 글자만 모은 두문자어(acronym)다.
첫 글자만 모은 표현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NASA, AIDS처럼 일반 단어 모양의 발음이 가능한 것(acronym)과 GPS, FBI, USA, DNA, MRI처럼 첫 글자를 모은 것이지만 글자를 하나씩 읽어야 하는 것(initialism)이다. 두문자어(acronym)가 더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일반 단어처럼 발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달 효과 면에서도 두문자어가 더 좋은데 Ford 자동차를 비아냥대는 소비자는 Ford를 Fix Or Repair Daily(매일 고쳐야 하는 자동차) For Only Retarded Drivers(바보 운전자들이나 사는 자동차)처럼 조합하기도 한다.
한국의 기아 자동차가 처음 KIA라는 표기를 사용했을 때 필자는 그 말이‘Killed In Action’(전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Kia처럼 표기할 것을 권한 적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젊은층은 기아 자동차를 ‘Korean Imported Abortion’ ‘Korean Industrial Accident’처럼 조롱하기도 했다. K9이라는 자동차 모델을 미국에서 K900이라는 모델명으로 출시한 것도 K9이 canine(개과 동물)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똑같기 때문에 연상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긍정의 뜻이든 부정의 비난이든 두문자어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어느 회사에서 ‘Team’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강조하면서 ‘Together Everyone Achieve More’로 풀이했다. ‘함께 하면 더 많은 업적을’이라는 긍정의 슬로건을 우리말의 4행시를 짓듯 조합한 것이다. LG가 초창기의 ‘Lucky Goldstar’를 버리고 ‘Life is Good’이라는 슬로건으로 바꾼 것은 일상의 줄임말(abbreviation)을 활용한 것이다. 첫 글자만 모은 ASAP의 경우는 ‘As Soon As Possible’(되도록 빨리)을 줄인 것인데 자음과 모음의 적당한 조합으로 ‘애이 쌥’으로 읽기도 한다. 그러나 재촉하는 말에 반감을 보이는 젊은층은 ‘As Slow As Possible’(되도록 천천히)이라고 쓰기도 한다. 한국인 중에는 BMW를 ‘Bus Metro Walk’로 풀이해 대중교통 이용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의 어떤 대학생은‘Bring Me Women’이라고 3행시를 짓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두문자어를 지을 때는 항상 반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Wisconsin주 관광협회가 Wisconsin Tourism Federation을 줄여 WTF으로 표기했는데 일반 시민은 ‘What The Fuck’(제기랄)같은 욕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두문자어나 줄임말은 분명히 편리하지만 신중하게 지어야 뒤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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