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흥해초곡지구 초등학교 신설 난항
입주 후 6㎞이상 통학 위기… 안전사고 우려도 높아
교육부 “학교 신설하려면 기존학교 통폐합부터” 조건 때문
6,300가구나 되는 대단위 택지지구에 초등학교 하나 없어 초등생들이 6㎞ 이상 통학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학교 신설을 인가할 때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기존학교 통폐합을 요구하는데, 통폐합 가능성이나 통학거리 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경북도교육청이 제출한 포항 초곡지구 초곡초(가칭) 설립계획안에 중앙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인근 흥해 지역 초등학교 5곳(달전ㆍ흥해남산ㆍ흥해ㆍ곡강ㆍ흥해서부) 중 한 곳 이상 통합해야 신설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신규 택지로 인구가 이동하는 것일 뿐 저출산 여파로 지역 전체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학교설립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한 곳을 신설하는데 200억 원 이상 드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인근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교육부가 언급한 포항 흥해지역 초등학교 5곳 모두 통폐합 기준(전체 학생 수 15명)을 넘고 있다. 이 중 학생수가 37명으로 가장 적은 곡강초는 지난 1996년 칠포초와 합쳐 반경 4㎞가 넘는 학생까지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다시 통폐합에 나설 경우 기존 재학생 학부모와 교사,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거세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 뻔하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흥해읍엔 초곡지구 외에도 인근에 이인지구 등 택지개발이 잇따르고 있어 장기적으로 학생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폐합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반대가 뻔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학교신설을 전제로 아파트건설에 나선 주택건설업체와 입주예정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초곡지구는 90만7,000㎡의 대단위 택지개발지구로, 공동주택 5,651가구, 단독주택 721가구 등 6,372가구나 들어설 예정이다. 2018년에만 3월에 문장건설의 지엔하임 558가구를 시작으로 4개 단지 3,366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포항교육청은 단지조성이 완료되면 초곡지구에만 초등학생이 1,153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초등학교 신설이 불투명해지자 주택건설업체들은 지구 내에 초등학교가 개교할 때까지 통학차량 제공을 약속하며 분양을 하고 있지만 30인승 버스로 환산하면 38대나 된다. 장거리 통학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와 학습권 침해, 주택건설업체의 물적 피해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
초곡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흥해남산초등도 3.1㎞, 가장 먼 흥해서부는 6.2㎞나 된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초곡지구 입주 예정 초등생들은 단지별로 5개 학교에 분산 배정할 계획이다. 5월 현재 분양 중인 화산건설㈜의 초곡 샬레아파트(553가구)는 5.8㎞ 거리의 곡강초등으로 배정됐다. 삼구 트리니엔시티(1,609가구)는 14개 동 가운데 11개 동은 흥해초, 3개 동은 흥해남산초로 갈리게 된다. 주변지역 학교 대부분이 학급수가 적기 때문에 1, 2개 학교로 몰아 배정하기 곤란한 때문이다. 학교법상 초등학교 통학범위는 도보로 30분, 거리로 1.5㎞이내이지만 초곡지구에선 남의 나라 얘기다. 더구나 주 통학로가 제한속도가 시속 80㎞인 7번 국도여서 자칫 대형 교통사고 우려도 높다.
초곡지구를 조성중인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지구 내 초등학교 건설 부지를 2군데나 마련하느라 기반시설 부담률도 늘었는데 이제와서 주변 학교 통폐합을 요구하며 거부하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포항교육지원청, 포항시와 대책 마련을 협의 중이지만 교육부 입장이 완강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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