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책으로 3년간 추진돼온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설치가 사실상 무산돼 보존 대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한 공장에서 이날 오후 2시 기술검증평가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차 최종 모형실험에서 암각화를 에워싸기 위한 투명 물막이판의 구조물 연결 부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실험의 목적은 고무 재질의 개스킷이 둘러싸고 있는 투명판 네 개를 직사각형 구조물 안에 배치한 뒤 강력한 수압의 물을 분사했을 때 십자 접합부에서 물이 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실험을 참관한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모형실험은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중앙 개스킷 접합부에 강한 수압을 가하기 전에 주변에서 물이 터져 나왔기 때문에 실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은 지난해 12월 15일 한 차례 실패했고, 2차 실험이 지난 4월 25, 26일 진행됐으나 누수 현상이 발견돼 이번 최종 실험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술검증평가단이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문화재청에 제출하면, 문화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의 성패를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모형실험을 통해 암각화에 설치될 투명판 160여 개를 완벽하게 이어 붙이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모형실험의 실패로 결론이 날 것이 확실시된다.
문화재위원회가 모형실험의 실패를 확정하면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2013년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도입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는 첫 번째 고비도 넘기지 못한 채 무위로 돌아간다. 임시 물막이는 50여 년간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겼다가 외부에 노출되기를 반복한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옹벽을 세우는 계획이었다.
10년간 지속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논의 끝에 나온 임시 물막이 방안이 무산되면서 정부는 다시 원점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임시 물막이 방안이 나오기 전처럼 울산시는 ‘생태제방’을 주장하고, 문화재청은 ‘대곡천 수위 조절’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이 접점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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