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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권위 거부…종교 버리는 英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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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권위 거부…종교 버리는 英 청년들

입력
2016.05.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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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런던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성 토마스 베켓 대주교의 유물을 옮겨 오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런던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성 토마스 베켓 대주교의 유물을 옮겨 오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 영국에서 ‘기독교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개인과 자유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규범, 권위를 중시하는 기독교를 떠나 종교 없는 삶을 택하는 청년들이 영국의 종교 지형을 뒤바꾸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윅커넘 세인트메리대의 스테픈 벌리반트 교수의 조사 결과를 인용, 영국 내 어떠한 종교도 갖지 않은 인구가 기독교 인구를 압도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잉글랜드ㆍ웨일스 지역의 무교 인구는 전체 48.5%(2014년 기준)에 달해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 등을 합한 기독교 신자 비율(43.8%)을 넘어섰다. 무교 비율은 2011년(25%)과 비교해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로, 전통 기독교 국가인 영국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유출 속도가 빠른 성공회의 경우 새로운 신자 한 명이 유입될 때마다 12명의 기존 신도가 다른 종파나 무교로 선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종교 엑소더스의 원인으로는 세대 간 단절이 지목된다. 영국에서도 한국과 유사하게 ‘모태신앙’, 즉 기독교도인 부모를 따라 자식 세대도 예배에 참가하며 자연스레 종교를 물려받는 것이 당연시돼왔는데 최근 이러한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영국 성공회 교도일 경우 52%만 종교를 이어받았고 41%는 무교를 택했다. 가톨릭의 모태 신도 중에서도 38%가 종교 없는 생활을 택해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조사를 진행한 벌리반트 교수는 “가톨릭 학교 등 기독교도 부모가 자식에게 종교를 물려주기 위해 들이는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생각하면 썩 유쾌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 세대들이 종교를 버리는 이유도 명확하다. 앤드류 브라운 가디언 종교전문기자는 최근 ‘무교가 새로운 종교로 등장하고 있다’는 칼럼을 통해 “영국 청년들은 교회의 전통적 권위를 거부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브라운은 이혼이나 동성혼, 안락사 등에 보수적인 교회 규정을 예로 들며 교회가 타인의 삶에 윤리적 잣대를 들고 개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청년 세대의 자유주의적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영국 기독교계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독교 인구의 절반이 55세 이상인데다 백인 비율 또한 90%대로 높아 보수화할 요소는 충분하다. 최근 영국 성공회는 7,200만파운드(약1,246억원) 규모의 교회 개혁ㆍ현대화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배타적이란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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