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ㆍ사회적 약자에게 무료 또는 낮은 비용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87년 설립됐다. 지난해에만 16만9,920건의 민ㆍ형사ㆍ가사 사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국민의 법률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할 기구가 정치적 보은의 자리로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3일 공단 이사장에 4ㆍ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가 임명되면서다.
2009~2015년 보수 변호사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그는 지난해 여당 추천으로 특조위에 합류했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 내내 위원장, 위원들과 불협화음을 빚었고 올 2월 사퇴하면서 “특조위 해체”를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특조위원이 오히려 못을 박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주기가 지나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외면했던 그가 과연 법률적 도움이 절실한 약자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게 당연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공단의 이사장 자리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우선 누군가 자리에 있었던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이명박정부 당시 임명된 제10대 황선태 이사장이 2014년 6월 3년의 임기를 마친 이후 9개월이나 공석이었다. 이번에 이 신임 이사장이 임명되기 전에도 6개월간 이사장 자리는 비어있었다. 자연히 공단의 예산 확보나 집행에도 차질을 빚었다.
짧은 기간(지난해 3~11월)이나마 이사장 직을 맡았던 인물은 곽상도 새누리당 당선자다. 공익활동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인 그 역시 임명되자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박근혜정부 첫 민정수석이었던 그가 인사 파행에 책임을 지고 임명 6개월 만에 물러났다가 임명된 탓이다. 결국 그는 임기를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총선 출마를 이유로 공단을 떠났다.
지금 국민들은 건당 50억원의 고액 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하다.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공감하며 기본권을 지키고 법률 복지를 확산시키는 공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자리를 보은인사에 써서야 될 법한 일인가.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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