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근절을 위해 출범한 독립기구인 법조윤리협의회가 판ㆍ검사를 지낸 공직 퇴임 변호사 283명의 사건 수임내역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한다.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촉발된 법조비리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뒤늦게 실질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문철기 협의회 사무총장은 24일 “그간의 정기조사와 달리, 공직 퇴임 2년 이내의 변호사 283명(2015년 하반기 수임내역 제출대상자)의 수임내역을 다 들여다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조윤리협의회가 ‘법조계의 감사원’으로 불리면서도, 현직 판ㆍ검사와의 연고관계를 앞세워 사건을 수임하고 수사ㆍ재판에 압력을 넣거나 불법으로 사건을 알선하는 등의 검은 커넥션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협의회는 판ㆍ검사로 재직하다 옷을 벗은 지 2년이 안 되는 공직 퇴임 변호사, 6개월간 맡은 형사사건이 30건 이상이면서 사건 수임 건수가 변호사 평균보다 2.5배 이상인 특정변호사를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조사인력이 파견 검사 1명과 비상근 사무총장 1명을 포함해 6명에 불과해 우선 수임지 제한 위반 여부를 살펴 문제가 드러나면 정밀심사를 벌였다. 문 사무총장은 “전수조사를 표방해왔지만 대상이 너무 많아 사건 수임이 많은 70~80명 정도를 매년 조사해왔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측은 “이번에는 경유증(지방변호사회가 사건 수임을 확인해주는 표) 내역, 당사자 직접 조사 등 모든 조사수단을 총동원해 수임지 위반 뿐만 아니라 사건 경위와 사무장의 알선 여부까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7월까지 전수조사를 마무리해 전관변호사들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할 방침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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