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정규장 오후 3시30분까지
해외 증시와 마감시간 괴리 해소
증시 유동성 늘려 경쟁력 높이고
MSCI 선진지수 편입 위한 포석
금융노조 “실효성 떨어져” 반발
오는 8월부터 주식과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다. 수년 째 ‘박스권’(코스피지수 1,850~2,100)에 머무는 국내 증시에 유동성을 확대하는 한편, 다음달 15일 발표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금융권 노동계는 “MSCI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뿐더러 거래량 증대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증권ㆍ파생상품시장의 매매거래시간 연장 방안’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증권시장ㆍ파생상품시장ㆍ일반상품시장의 정규장 거래시간이 30분 늘어난다. 증시 매매시간 변경은 2000년 점심시간 휴장 폐지 이후 16년 만으로, 증권시장 정규장 개장 시간은 기존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서 6시간30분(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확대된다. 다만 정규장 마감 후 열리는 시간외 증권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줄여(오후 3시10분~오후 6시→오후 3시40분~오후 6시) 증권시장 전체 마감시간을 기존과 같게 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증권거래 시간 연장에 따른 증권업계의 업무 강도 증대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식 매매시간과 연동돼 왔던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30분 늘어난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이날 외환거래시간을 주식 정규장과 마찬가지로 오전9시부터 오후3시30분으로 30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으로 ▦국내 증시의 경쟁력 제고 ▦중국 등 해외 증시와 연계 강화에 따른 투자자 불편 해소 ▦해외로 나가는 투자자금 국내증시 유인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2010년 이후 주식거래 시간을 늘린 인도ㆍ홍콩ㆍ싱가포르 증시는 연장 전후 한 달간 거래가 17~45% 늘었다. 한국거래소 역시 주식 거래시간이 늘 경우 유가증권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이 3~8%(2,600억~6,8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용국 한국거래소 상무는 “해외 주요 증시와의 마감시간 괴리로 겪어야 했던 투자자의 매매 기회 제약, 새로운 정보 반영 지연 등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 증시의 마감 시간은 우리시간 기준으로 각각 오후 4시ㆍ5시ㆍ6시다.
거래시간 연장은 국내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추진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MSCI 신흥국지수에 속한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줄곧 노력을 해왔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그 때마다 MSCI는 홍콩,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 24시간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는 외환시장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규모 환투기 등을 우려해 역외 외환시장 개설 대신 외환ㆍ주식 거래시간 30분 연장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노조와 14개 증권사가 속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익은 없고 증권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만 높이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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