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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달군 메이드 인 코리아… “기술 이전ㆍ합작 투자” 요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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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달군 메이드 인 코리아… “기술 이전ㆍ합작 투자” 요구 컸다

입력
2016.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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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중국産과 경쟁 벌여야

“기계ㆍ전자 등 노하우 전수를”

이란 바이어ㆍ당국자 한목소리

김재홍(왼쪽 다섯번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비롯한 한·이란 주요 인사들이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2016 테헤란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인 살리미 이란산업연맹 부회장, 모즈타파 무사비안 이란 무역청 국장, 아미르 모크리 이란국제전시장 부사장, 아스가르 레자네자드 이란ICT연합회 회장, 김재홍 사장, 수레나 사타리 이란 과학기술 부통령, 김승호 주이란 한국대사
김재홍(왼쪽 다섯번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비롯한 한·이란 주요 인사들이 2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2016 테헤란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인 살리미 이란산업연맹 부회장, 모즈타파 무사비안 이란 무역청 국장, 아미르 모크리 이란국제전시장 부사장, 아스가르 레자네자드 이란ICT연합회 회장, 김재홍 사장, 수레나 사타리 이란 과학기술 부통령, 김승호 주이란 한국대사

23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공동 주최한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가 열린 이란 테헤란 국제전시장. 테헤란에서 유통업체 ‘사다트’를 운영하는 압신 서데기 대표는 금호타이어 부스를 찾아 상담을 벌였다. 그는 “이란에선 금호타이어가 유명한데 복제품이 많이 나돈다”며 “타이어 가게를 하는 아버지와 함께 금호타이어 정품을 수입해 팔고 싶다”고 말했다. 서데기 대표는 한국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마니아다. 그는 “예전에는 이란에서 벤츠를 최고로 여겼지만 지금은 현대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며 “훌륭한 애프터서비스와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 때문에 차를 받으려면 구매 후 달포나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데기 대표는 “나는 쏘나타, 아버지는 기아 옵티마를 모는데, 이란 어느 지역에서 차가 고장 나더라도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수입차에 매기는 세금이 조금만 낮아지면 이란은 한국 자동차가 휩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81개 기업이 참가한 한국상품 전시회는 개막 첫날에만 현지 구매자(바이어) 200여명 등 4,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이란이 전쟁과 경제 제재 등 어려움을 겪을 때 보여준 한국인들의 의리와 한류 열풍 때문이다. 한국과 이란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마흐무드 로스탐어버디씨는 7세기 페르시아의 왕족이 신라 공주와 결혼해 민족 영웅 파리둔을 낳았다는 이란의 서사시 ‘쿠쉬나메’를 언급하며 “한국과 이란은 역사적인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경제 제재 때 한국이 이란 곁을 지키면서 노력했던 점을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철수하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한 한국의 건설업체 이야기는 지금까지 이란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후 드라마 ‘주몽’ ‘대장금’의 인기와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 등 K팝의 열풍이 더해졌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러나 상품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관심이 수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꼼꼼하고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의 철근 절단기 제조 업체인 건우기계의 나인찬 대표는 “인프라가 부족한 이란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하려 했는데 이미 중국 제품이 들어와 있었다”며 “더구나 중국은 가격을 절반으로 후려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한국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지만 결국 중국 제품과의 가격을 비교하는 바이어가 많아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6 테헤란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에서 국내 기업 관계자가 이란 바이어들과 1:1 상담을 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제공
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2016 테헤란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에서 국내 기업 관계자가 이란 바이어들과 1:1 상담을 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제공

이란 측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과 합작 투자 등을 요구하는 것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경남 창원의 유압밸브 제조업체인 동우정공의 박은지 해외영업팀장은 “한국 제품이 각광받고 있긴 하지만 이란 사람들 대부분이 ‘물건만 팔고 갈 거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며 “기술 이전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에 이란 시장 접근은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 무역 당국자도 한국과의 우호 관계와 비즈니스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모즈타파 무사비언 이란 무역진흥공사 아시아ㆍ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은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했던 몇 안 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받아갈 선물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기업들도 다른 국가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게 특혜를 주면서 다른 나라를 차별할 순 없다는 의미다. 그는 “이란을 강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선 자동차 기계 전자 화장품 식품 분야에서 수준이 높은 한국의 기술력을 흡수하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소비재를 판매하는 대신 기술 이전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이란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지만 제조업을 키워 산업 고도화를 이루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상품 판매 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기술과 연구개발 분야 협력을 고민해 달라는 게 이란 측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테헤란=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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