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상품 80세까지만 보장
금감원 ‘연령 미스매치’ 해소키로
신규 가입자 해당… 보험료 4배로
전남 순천에 사는 A(84)씨는 몇 년 전 만기가 끝난 치매간병비 보험을 생각하면 아직도 허탈하기만 하다. 15년 전 다른 질병 담보와 치매간병비 지원 특약이 포함된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10년간 월 7만원 가까운 보험료를 냈지만 80세가 되던 4년 전 치매 보장기간이 끝났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치매 위험은 지금이 더 높은데 보험료 800여만원만 날린 것 같다”고 억울해 했다.
판매 상품 4개 중 1개 꼴로 80세까지만 보장하던 치매보험의 보장기간이 앞으론 최대 100세까지 늘어난다. 치매환자의 절반이 80세 이상이고, 81~100세 노인의 중증치매 발생확률(18.0%)이 61~80세(0.24%)보다 75배나 높은 상황에서 빚어지던 치매보험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다만 보장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는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24일 발표한 ‘치매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방안’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79개 치매 관련 보험상품 가운데 19개 상품은 보장기간이 80세까지다. 금감원은 이들 19개 상품과 향후 출시되는 치매보험 신규 가입자의 보장기간을 최대 100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는 상당수 가입자가 정작 필요할 때 치매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91.6%는 70세 이상. 80세 이상 비중도 51.6%에 달해 80세까지만 보장하는 상품 가입자 상당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다만 보장 기간이 늘어나면서 보험료는 최대 4배 가량 오를 전망이다. 40세 여성이 20년간 보험료를 납입할 경우, 80세까지 보장 상품은 월 4,000원이지만 100세 보장엔 월 1만7,000원을 내야 한다.
보장기간은 늘어나도 현재 70세까지인 가입가능 연령은 달라지지 않는다. A씨처럼 8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 만기가 끝난 경우, 추가 가입은 불가능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70세 이후 가입을 허용하면 보험사의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이 급상승해 가입연령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대부분 치매보험이 치매척도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중증치매만 보장하면서도 모든 치매를 보장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점을 감안, 보험 보장범위에 대한 설명의무를 강화키로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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